[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최근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하기로 발표했다.
앞서 대전시가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 조정안 이슈를 도출했고, 충남도 자체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방역당국은 반대 입장이었지만, 긍정 입장으로 바뀌었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는 각 단계의 해제 기준 지표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코로나19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3일 향후 두 단계에 거쳐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고, 각 단계의 해제 기준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사망자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대응 역량 △고위험군 면역 획득의 4개 지표 중 2개 이상이 충족될 때 중대본 논의를 거쳐 1단계 의무 해제를 진행한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국은 개별 기준에 대해 △주간 환자 발생 2주 이상 연속 감소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전주 대비 감소·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동원 가능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동절기 추가 접종률 고령자 50%·감염취약시설 60% 이상의 참고치를 제시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2일 국회 본관에서 '실내 마스크 해제 당정 협의회'를 열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조건 및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기준과 대상 방법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통해 진전된 변화를 이끌 시간으로 생각한다"라며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가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아직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우리 국민은 3년 가까이 코로나19와 싸우며 수준 이상의 집단 면역과 자율적 방역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우리 국민은 이미 마스크 착용을 공공규범으로 인식하고 착용에 대한 상식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시점"이라며 "당은 약 2개월 전부터 정부의 마스크 착용 의무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겨울이기 때문에 확진자와 중증자가 감소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증자 감소 조건은 항바이러스 처방률이 상승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이 초기와 같아서 35%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교수는 "백신 접종률을 올린다는 건 3개월마다 접종하게 만드는 것이고 백신 패스와 유사한 정책이기 때문에 의료진으로선 동의할 수 없는 정책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도 "이번 조정안은 이해가 전혀 가지 않고 퇴보했다"라며 "국내에선 관련 자료가 없는데 4개 지표 중 2개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같은 기준으로 마스크를 벗은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마상혁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중대본의 논의에만 그쳐선 안 되고 공개된 전문가 회의가 필요하다"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문가와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대한내과학회장(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교수)도 "확진자 감소세 지표를 살펴보면 절대값이 없다"라며 "예를 들어서 20만에서 2주 이상 감소해서 15만이 됐다고 해서 해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절기 추가 접종률 고령자 50% 안에 대해선 75%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의적인 지표라고 생각한다"라며 "겨울철 트윈데믹과 중국 확진자 급증, 새로운 변이 출현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실내마스크 의무화 조정 계획을 발표한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의 한 매장에 마스크 착용 출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하는 기본 방향을 설정하되, 유행 상황과 위험도 등을 고려해 2단계에 걸쳐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번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 조정안을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엄중식 가천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이슈는 정치권에서 촉발한 측면이 있다"라며 "정치권이 이슈를 생성해서 방역당국을 압박하는 꼴이 돼 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는 "당국이 제시한 이번 지표에 대해서 좋고 나쁘다고 표현할 수가 없는 게 기존의 지표를 활용했다"라며 "실제로 코로나19가 안정적인 상황에 도달했을 때 마스크 의무 해제를 하겠단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에 질병관리청에서 정치권이 제기한 이슈에 대해 현명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 접종률을 50% 넘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며 "유행 규모가 안 줄고 있는 상황에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감소할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국에선 원래 계획대로 1월 말쯤이나 2월 초쯤에 논의해서 3월쯤 결정하는 형태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라며 "질병관리청의 입장, 위상, 내부적인 고민 등을 안다면 제시한 지표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이번 조정안은 정확한 지표를 제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정책 결정이기 때문에 숫자로 기준을 삼고 시행하면 융통성이 없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탁 교수는 "앞서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때도 몇 명, 몇 퍼센트 등의 기준을 세웠지만 실제로 정한 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라며 "숫자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것을 고려하고 결정해야 하는 정책적인 부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코로나19 특성이 바뀌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 일상적인 상황에서 진료 가능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국은 일반 격리 병상에서 환자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와 개별 병원들이 외래진료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수술하고, 특수 환자들이 진료받는데 문제가 없을 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