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황준익·신태현 기자] 인플레이션, 고환율, 고물가 등 이른바 '3고 현상'을 동반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핵심 사업에 집중하면서 위기 탈출을 노린다. 글로벌 경기 변동에 선제 대응하면서 정면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먼저 삼성전자는 국내외 생산 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최대 반도체 공장인 평택캠퍼스에는 3공장(P3)이 지난 7월 가동을 시작한 가운데 P4 라인 작업도 본격화 함으로써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최근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에 필요한 웨이퍼 생산 능력을 10% 안팎까지 더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하반기까지 평택 3공장에 12인치 웨이퍼 월 생산량 10만 장 규모의 D램·파운드리 라인을 신설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당시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라면서 다른 메모리 제조 업체와는 다른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시설 투자 비용도 3분기 12조7000억원을 포함해 연간 54조원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건립 진행 중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립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공장은 지난해 11월 본격 착공에 들어선 상태로 삼성전자는 최근 클린룸 설비 조달 발주를 시작했다. 테일러 공장은 2개의 파운드리 팹으로 구성되는데 주로 5나노 공정을 주력으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2024년과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향후 20년에 걸쳐 1700억 달러(약 220조원)을 투자해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추가 신설하는 중장기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55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투자해 조지아주 서배너에 첫 전기차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착공식을 가졌고 2025년 완공할 계획이다. 다만 IRA 발효로 착공 시점을 앞당겨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조지아주 공장 완공 전까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총 30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2030년까지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18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
올해는 아이오닉 6를 필두로 2024년에는 아이오닉 7이 출시된다. 기아는 2027년까지 14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2030년에는 12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방침이다. 지난해 EV6 GT에 이어 올해는 EV9을 선보인다.
또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에서 사업영역을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로 확장하고 있다. 미래사업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는 지난해 보다 다양한 전기차가 나오면서 세계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 됐다"며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모델을 통해 단순한 자동차 업체가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대표 기업으로 치고 나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마찬가지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최근 미국 현지에서 국채 금리로 25억달러(약 3조2700억원) 한도의 대규모 장기 투자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얼티엄셀즈는 지난 12일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정책자금 차입 계약을 완료했다.
미국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에 각각 위치한 제1·2·3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오하이오 제1공장은 본격 양산을 시작했으며 제2·제3 공장이 양산에 돌입하는 2025년 이후 얼티엄셀즈 전체 생산능력은 총 145GWh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를 약 200만대나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9일 충청북도, 청주시와 함께 2026년까지 오창산업단지에 총 4조원 규모의 배터리 생산시설 신·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약 1800명을 신규 채용하는 내용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전체 투자액 4조원은 오창공장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 신·증설 및 설비투자, 시험연구동 등 제반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다. 특히 신규 생산라인의 경우 원격 지원, 제조 지능화, 물류 자동화 등 최신 스마트팩토리 관련 시스템을 전격 도입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조재훈·황준익·신태현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