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2022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인한 공급망 위기,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국내 산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을 겪었다. 실적 하락의 영향으로 기업별 재고자산이 늘고, 대기업의 생산 가동률도 코로나19가 한창 유행이던 당시보다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대기업 10곳 중 9곳은 2023년 경영 계획 기조가 현상 유지 또는 긴축 경영으로 정했을 만큼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수출 기업도 내년 수출이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각 기업은 주력 사업 강화로 위기를 타개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3년 경영 계획을 세운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은 경영 기조를 '현상 유지'나 '긴축 경영'으로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10곳 중 7곳은 투자 계획을 2022년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인 이상 기업 240개사의 CEO, 임원 등 부서장 이상 직급을 대상으로 '2023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해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90.8%가 경영 계획 기조를 '현상 유지' 또는 '긴축 경영'으로 응답했다. 이는 '2022년 기업 경영 조사' 당시 76.4%보다 14.4%포인트 높은 수치다.
'긴축 경영'이라고 응답한 기업 중 72.4%가 구체적인 시행 계획으로 '전사적 원가 절감'을 결정했다. 또 '유동성 확보(31.0%)'와 '인력 운용 합리화(31.0%)'를 선택한 기업의 비중도 높았다.
또 올해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와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2022년 수준'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우선 투자 계획은 '2022년 수준'이란 응답이 66.9%로 가장 높았고, 지난해 대비 '투자 확대'는 15.4%, '투자 축소'는 17.7%로 집계됐다. 채용 계획은 '2022년 수준'이란 응답이 61.5%로 가장 높았고, 지난해 대비 '채용 확대'는 24.6%, '채용 축소'는 13.8%로 파악됐다.
전국 30인 이상 기업 240개사의 2023년 투자와 채용 계획.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기업 74.2% "2024년 이후 경제 정상 궤도 회복" 예상
응답 기업의 74.2%는 우리 경제가 정상 궤도로 회복되는 시점으로 '2024년 이후'를 꼽아 올해도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5년 이후'란 응답은 22.9%였으며, '2023년'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25.8%였다. 기업들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평균 1.6%에 그쳤고, 구간별로는 성장률이 '2.0% 미만'일 것이란 응답이 90.8%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업 240개 중 54.2%는 경영 계획의 '최종안을 확정(12.9%)'했거나 '초안은 수립했다(41.3%)'고 답변했지만, 45.8%는 '초안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올해 경영 계획 기조로 '현상 유지' 또는 '긴축 경영'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크게 늘어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경기 상황이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의 활력을 돋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장단 회동에서는 올해 사업 계획을 점검하고,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국면 속에서 실적 방어 전략과 필수 투자 계획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올해 상반기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침체에 대비해 사실상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출장 인원 축소, 각종 경비 절감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는 복리후생비와 활동비, 업무추진비 등을 줄이기 위해 임원은 예산의 50%를, 팀장은 예산의 30%를 삭감하는 등 경영 효율화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LG전자(066570)는 경기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 사업 부문과 본사 조직 구성원 일부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 조직인 '워룸(War-Room)'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출 기업들 "올해 수출 전년보다 0.5% 증가 그칠 것"
기업들이 2023년 우리나라 수출이 0%대 증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 조사 전문 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2대 수출 주력 업종의 15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수출 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전기·전자(-1.9%) △석유화학·석유 제품(-0.5%) △철강(+0.2%) △자동차·자동차 부품(+0.9%) △일반기계·선박(+1.7%) △바이오헬스(+3.5%)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 지속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45.7%)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33.9%) △해상·항공 물류비 상승 등 물류 애로(10.2%) 등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올해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교역 여건 개선(46.1%)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출 단가 상승(19.8%) △생산과 물류 차질 해소(17.6%)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응답 기업의 53.3%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올해 수출 채산성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수출 채산성이 악화할 것으로 응답한 기업(28.0%)이 개선될 것으로 응답한 기업(18.7%)보다 많았다.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들은 수출 부진 대응 전략으로 △공장 운영비·판관비 등 비용 절감(35.6%) △채용 축소 등 고용 조정(20.3%) △투자 연기와 축소(15.3%) 등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