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경기도 성남시와 고양시가 새해부터 '준예산 체제'에 돌입했다. 이들 시의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때 까지 한동안 준예산 체제는 지속될 전망이다.
3일 성남시와 고양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본예산으로 각각 3조4406억 원과 2조9963억 원을 제출했다. 그러나 시의회 양당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예산안 심의가 미뤄지다 결국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성남시는 지난 2013년 이후 두 번째 준예산 사태이다. 지난해 12월 13일 성남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회의를 중단한 이후 연말까지 파행이 이어졌다. 파행은 이재명 전 시장의 역점사업이던 '청년기본소득'이 원인이 됐다. 성남시와 국민의힘은 청년기본소득 폐지를 추진한 반면 민주당 측은 성남시의 간판 사업인 청년기본소득을 폐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의견이 갈렸다.
고양시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동환 고양시장이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 동안 유엔기구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막식 기조연설을 위해 출국하면서 고양시의회 민주당 의원들과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올해 예산에 까지 영향이 미쳤다.
연속된 파행으로 성남시와 고양시는 결국 새해 벽두부터 준예산 체제에 돌입했다.
준예산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법정 경비만 집행하는 것으로, 법과 조례로 정한 기관·시설 운영비, 의무지출 경비, 계속 사업비 등에 한정된 법정 경비만 집행된다. 각종 지원금과 신규사업비는 집행할 수 없다. 즉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약한 신규 사업은 실행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성남시는 신속히 '선결처분권'을 발동했다.
이날 오전 신상진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준예산 집행대상에서 제외된 사업 중 시급한 18개 사업, 520억 원을 긴급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시는 우선 사회활동지원 일자리사업과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을 위한 예산을 집행하고, 청년들의 직업체험과 학비에 도움이 되는 대학생 지방행정체헙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보훈명예수당과 명절보훈가족위문, 국가유공자 생활보조수당, 5·18 민주유공자 생활지원금 지급도 추진된다. 시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청년정신건강증진사업'도 시기를 늦출 수 없어 빠르게 시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투입한다.
신 시장은 "성남시정을 이끌어가는 시장으로서 이번 준예산 사태와 관련해 이유 불문하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2023년 성남시는 불가피하게 준예산 체제로 시작하지만, 이번 선결처분으로 시민 여러분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성남시의회를 설득해 조기에 해소될 수 있도록 온 힘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시 역시 민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결처분권 발동을 적극 검토 중이다.
3일 신상진 성남시장이 '2023년 준예산' 관련 선결처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성남시)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