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친윤(친윤석열)계 표심 김기현에 쏠리자 반기는 민주당…'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친윤(친윤석열) 대표 후보로 부상하자, 민주당 내부에선 반색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체제'와는 차기 총선에서 한번 붙어볼 만하다는 기류도 읽힌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권 의원의 불출마 직후 친윤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며 세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에는 배현진 의원의 지역구인 송파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특별강연을 했다. 연단에 선 김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요즘 쓰는 말로 싱크로나이즈, 동기화, 대통령과 눈빛만 봐도 뜻이 통하는 사람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원들을 상대로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 강점이 있음을 전했다. 다른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도 행사에 참석했지만, 별도의 공식 발언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김 의원은 최근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바탕으로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향후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만나 지지세를 더욱 확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의원이 친윤 단일 후보로 부상하면서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가 될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졌지만, 그가 가진 정치적 한계도 뚜렷하다. 우선 전국적인 인지도가 부족하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이전에 대통령 선거과 서울시장 선거를 뛰어본 인사들이다. 국내 가장 큰 선거를 경험해 본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전국적 인지도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김 의원은 울산시장과 당 원내대표로 활동하긴 했지만, 이들과 비교하면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사는 아니다. 내년 총선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당대표의 대리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국적 인지도가 낮은 당대표는 전국을 누비는 선거운동에서 표심을 잡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또 김 의원은 수도권과 20·30대에 대한 정치적 소구력이 부족한 점도 약점이다. 그는 지난 2004년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줄곧 울산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해서 성장해왔다. 부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로 영남 색채가 더 강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때문에 매번 국회의원 선거 결과의 키를 쥐고 있는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다른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주로 서울과 경기 지역을 지역구로 활동해왔던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김 의원과 비교된다.
이날 공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3~4일 조사)에서도 김 의원은 서울에서 8.0%의 지지를 얻어 유승민 전 의원(32.8%), 나경원 전 의원(16.0%), 안철수 의원(14.4%)에 이은 4위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경기·인천에서도 8.9%의 지지를 받았지만, 유 전 의원(34.8%), 나 전 의원(16.5%), 안 의원(9.5%)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철수 의원(왼쪽)과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김 의원이 당대표가 됐을 때 2030대의 표를 끌어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전임 당대표였던 이준석 전 대표의 경우, 20·3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지난 대선에 기여한 바가 있었는데, 이러한 역할을 김 의원에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아울러 김 의원에 따라붙는 '친윤' 꼬리표는 장점인 동시에 부담이다. 향후 국민의힘의 당대표가 된다면 윤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알고 여당을 그쪽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데는 장점이 되겠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높지 않을 때는 책임도 함께 져야 하는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다. 이는 곧 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김 의원이 당대표로서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사실상 공천권을 휘두르게 된다면 공천을 잘하든, 못하든 친윤 핵심 인사로서 김 의원의 공천에 대한 당내 의구심이 커지면서 반발도 더 거세질 수 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의원이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는 것에 대해 반가워하는 기색이다. 민주당 내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등 리스크가 있을 때 국민의힘과 바로 연결 안 될 수 있지만, 만약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윤 대통령의 리스크가 바로 당의 리스크로 직결된다"며 "그러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