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재정건전성 문제입니다. 이재명정부는 저성장 고착화를 뚫고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 올해보다 8%포인트 늘린 확장 재정안을 내놨는데요. 다만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확정 재정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가속화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부채 증가 속도 상위권"…적자성 채무 증가도 '우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까지 대략 한 달간의 예산 정국이 시작됩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5일 '예산안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예산 심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 여력입니다. 이재명정부가 집권 5년간 확장 재정을 이어가면 국가채무는 지속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 자료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13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내년에는 14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는 2029년에는 18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특히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사상 처음으로 50%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2029년엔 국가채무 비율이 6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 정부가 확장 재정을 선언함에 따라 긴축론을 앞세웠던 전임 정부보다는 부채 증가가 가파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나라 살림살이 지표인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규모 역시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8년도에만 해도 11조원으로 10조원대에 머물렀던 적자 규모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년에는 112조원으로, 1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등락을 반복했지만, 2024년에도 역시 100조원대를 유지했습니다. 올해는 8월 말 기준으로 88조원을 기록해 연말까지 흐름을 보면 100조원을 넘을 것이 유력합니다. 재정적자는 GDP 대비 4%를 계속 웃돌아 재정준칙(GDP 대비 3%)도 유명무실해진 상황입니다.
예정처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봤을 때 한국이 유독 국가부채 비율 상승세 흐름이 뚜렷하다고 봤습니다. 예정처는 "2021년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하향·안정세를 보인 반면, 한국은 2020년 45.9%에서 2025년 53.4%로 전반적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의 정부 부채 증가 속도는 지난 5년간 37개 선진국 중 5위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의무 지출 증가에 대응하고, 재량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빌린 만큼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증가하는 점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적자성 채무는 주로 세입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낸 빚을 의미하는데요. 적자성 채무가 늘면 매년 정부의 이자 지출도 함께 증가하게 됩니다. 적자성 채무는 올해 약 924조원에서 2029년 1362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정처는 "이자 지출은 국가채무 증가에 따라 지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누증돼 재정의 경직성을 심화시키므로 관리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4일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시민들이 김장 재료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가 상승 부작용…지선 앞두고 '돈풀기' 가능성도
이재명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한국재정학회 연구에 따르면 정부 부채가 1.0% 증가했을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최대 0.15%까지 상승했는데요. 정부가 부채를 늘리거나, 지출을 과도하게 하면 가계는 향후 물가 상승을 기대하고 이와 같은 기대가 실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한국재정학회의 설명입니다.
실제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7월부터 1·2차 추가경정예산안(33조8000억원 규모)을 편성했을 때 전체적인 물가 상승률이 2% 안팎을 오갔습니다. 여러 물가 지표들을 보면,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지수(기업 간 거래 단계의 상품 가격)는 한 달 전 대비 0.4% 올랐고, 9월 수출입물가지수(수출입 상품의 가격 동향) 역시 지난달보다 0.2% 상승했습니다. 두 지표 모두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재정건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산이 더 증액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비쿠폰·지역화폐·농촌기본소득·지역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등 '선거용 돈풀기'가 횡행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