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10년만에 적자 위기에 처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IT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 반도체 판가 하락과 재고 증가라는 악재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주 '어닝쇼크'를 경험한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스마트폰, 가전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사업 의존도가 총매출의 95.8%에 달하기 때문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4분기 8061억원(이날 기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11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손실 컨센서는 2000억원에 불과했다. 한 달 만에 4배 이상 적자 규모가 확대된 셈이다. 이 경우 SK하이닉스는 2012년 3분기(영업손실 150억원) 이후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SK하이닉스의 실적 악화는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2분기 4조원이 넘던 영업이익은 3분기 1조6556억원까지 고꾸라졌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한 수치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정문. (사진=SK하이닉스)
이같은 급격한 실적 하락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증가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 D램으로 해당 판가에 실적이 크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SK하이닉스의 총매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상회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21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4달러대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D램 가격은 지난해 9월까지 4달러대를 유지하다 10월 9.51% 하락한 3.71달러로 낮아진 이후 올해 1월 8.09% 추가 하락으로 올해 상반기 3달러대를 유지해왔다. 이후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중국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에 따라 2달러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또다른 주력 사업인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 사업부)을 90억 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에 이어 낸드 시장 2위로 올라선 바 있으나 메모리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로 솔리다임을 포함한 SK하이닉스 미국 낸드 법인은 올해 3분기 61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재고 관리도 숙제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3분기 말 재고자산은 14조6650억원으로 2021년 3분기 말(6조6003억원) 대비 122.2% 폭증했다. 특히 제품 재고자산은 같은 기간 1조271억원에서 3조4205억원으로 약 3배 늘었다. 이는 생산된 제품이 판매로 이어지지 않고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재고자산회전율 역시 2021년 3.2회에서 2022년 3분기 2.4회로 떨어졌다.
상황은 내년 상반기에도 녹록지 않다.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조3256억원, 1조2821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상반기에만 2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영업손실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지난 분기보다 하락했기 때문에 영업이익률도 23%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낸드는 전분기보다 영업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에도 여전히 보수적 여건"이라며 "하반기 수요 개선을 확인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