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올해 상반기 경기의 어려움이 가중된 이른바 '상저하고(상반기가 하반기보다 어렵다는 뜻)'를 예상하고 있지만 '상고하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인 65% 이상의 중앙재정을 집행한다는 입장이나 '상고하저'를 우려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에 대해 비교적 낮은 1.7%의 전망치를 내놨던 한국은행도 이보다 더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내외 불황을 타개할 탈출로 모색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15일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세계은행도 국제통화기금보다 낮은 전망치를 냈다. 보통 이제 불확실성을 거론하지만 좋아지는 불확실성보다 나빠지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느낌"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1.7%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 상황입니다.
주요 국내외 기관의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1.6%,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8%, 산업연구원(KIET)은 1.9% 입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 국제통화기금(IMF)은 2.0%,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1.9%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주요 기관들의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중간값을 계산했는데, 한국은 2022년 6월 2.5%에서 12월 1.7%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정세은 교수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양상이 보이면서 경제가 호전되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실제로 상황은 더 엄중하다. 지난 2008년 국제 금융 위기 때부터 양적 완화에 기대해 온 부분을 교정하는 와중이라고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이미 '세계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가 1.7%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6월 3.0%를 전망한 것에서 1.3%포인트 내린 수치입니다. 정부가 경기 둔화의 원인으로 꼽는 내수와 수출 부진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를 보면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소매판매액지수는 더 추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9월 0.9포인트, 10월 0.7포인트 내려가면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지난해 1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8% 감소했습니다. 내구재 1.4%, 준내구재 5.9%, 비내구재 0.5% 등 모든 판매가 줄었습니다. 올해 내수침체가 가속화될 경우 마이너스 행진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을 보면 10월은 전년 동기 대비 5.7%, 11월은 14.0%, 12월은 9.5% 각각 줄어드는 등 3개월 연속 증가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재부 측은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감소와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2~2023년'이란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1.9%일 것으로 예측되고, 본격적인 불황 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내수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성장률은 지난해 3.8%에서 내년 2.5%로 둔화할 것으로 봤습니다. 실질 수출도 글로벌 경기 침체 심화와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에 따른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1.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LG경영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국내외 기관의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연구원은 '경영인을 위한 2023 경영 전망이란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해외 수요와 대내 경제 활동이 동시에 둔화되면서 경제 성장의 버팀목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정부와 민간 경제 연구기관 모두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 불황이라고 보는 것에는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도 소비 위축 심리, 국제 원자재 가격의 진정세가 기대보다 낮은 것 등이 올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물가가 오른 상태에서 경기가 침체되는 그런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하고 있다. 이미 본격적인 스테이크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하반기에 반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약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해마다 추경론은 불거져 왔다. 정치색을 배제하더라도 상반기 재정 투입으로 버틴다 해도 하반기 어려움은 가중되지 않겠느냐"며 "공직사회에서도 추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 미약한 스태그플레이션을 말하고 있지만 이겨낼 수 있는 정책 툴은 고민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국내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1.7%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서 컨테이너 이송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