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흑석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성당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친윤(친윤석열)계를 과거 당내 내홍의 단초가 됐던 '진박(진실한 친박근혜·진짜 친박근혜)감별사'로 칭하자 친윤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등 대립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 친윤과 비윤(비윤석열)의 갈등 양상이라면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극심한 대립이 충분히 재현될 여지가 있습니다.
친박 대 비박 구도로 자별했던 2016년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이 언급한 제2의 진박감별사와 2016년의 악몽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극심했던 친박과 비박 간 대립으로 당이 자멸했던 7년 전을 뜻하는데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친박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진박을 중심으로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실제로 비박 인사들이 철저히 배제되는 피바람이 불었습니다. 비박계 수장이었던 김무성 당시 대표는 '진박 공천'에 반발해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칩거하는 '옥새 파동'을 일으켰죠.
유승민(대구동을) 등 논란이 되고 있는 5개 지역구 후보자에 대한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016년 3월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자신의 선거사무실 앞 영도대교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공천 갈등'은 결국 원내 제1당을 자신했던 새누리당에 상처만을 안겼습니다. 민심은 내부 싸움에 매몰된 친박과 비박 모두를 철저히 외면했고, 새누리당은 예상과 달리 122석에 그치며 1석 차이로 민주당에 제1당을 내줘야 했습니다.
이는 취임 4년차를 맞아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강한 여당'이 필요했던 박근혜정부에 치명적인 결과였습니다. 이후 박근혜정부는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리며 힘을 잃었습니다.
김무성 옥새 파동, 박근혜 레임덕·탄핵 불러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와중에 그해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 막후에 민간인 최순실이 있었다는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며 박근혜정부는 몰락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듬해 3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안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 2017년 3월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박 전 대통령 조형물에 '파면'이란 글자가 얼굴에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수 정당은 분열했습니다. 탄핵소추안 찬반을 놓고 계파 갈등이 심화하며 새누리당 비주류 세력들이 2017년 1월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습니다. 모아야 할 힘이 나뉘자 보수정당은 2017년 19대 대선, 2020년 21대 총선에서 모두 참패했습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책임론에 따른 결과였지만, 내부 분열하며 자멸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 진박감별사 논란이 옥새 파동, 박근혜 탄핵, 대선·총선 패배 등 나비효과를 불러온 겁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심이 두 개로 나뉘면 결국 전체가 분열하게 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치게 된다"며 "서로를 향해 포만 쏘아대면 당 전체가 위험해진다. 빨리 당내에서 상황을 중재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