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노조법' 노동권 보장 못해…신 노동시장 변화, 제도적 공백 해결해야"

노동 전문가들 "윤석열정부, 노조 적대시…지나치게 개입"
"산업 구조 바뀌면서 특수고용 형태 노동자 급증" 진단
사용자 정의 확대 등 규정 '노란봉투법' 통과 필요성 주장도

입력 : 2023-01-17 오전 6:00:05
[뉴스토마토 정해훈·주혜린·김유진·용윤신 기자] 노동 분야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놓고 냉담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변화된 노동 시장의 현재 상황을 현행 노동조합법이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아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보장된 노동권 위축보단 새로운 노동 보장을 위한 개선 노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16일 <뉴스토마토>가 노동 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3권 확보를 위한 견해를 문의한 결과, 현 노동조합법에 대한 한계를 지목했습니다. 특수고용자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사용자와 고용자를 더 명확히 규정하는 법 개정의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 노동조합법은 노동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동 시장에서 원래는 노동자였는데, 특수고용 노동자가 되거나 자영업자처럼 되는 노동자가 되면 노동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장에서 일어난 변화를 포착해 노동 관련 법이 제때제때 바뀌질 않아 특수고용 노동자 등은 법의 보호를 못 받는다. 계속해서 의무가 법으로 명확하지 않으니 사용자는 교섭 의무를 회피하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실제 유럽은 노사 교섭을 통해 법을 바꾸는 사례도 일어난다. 교섭으로 커버되는 노동자가 많기 때문에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조직률도 낫고, 법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특히 정부가 기업가 편을 들어주는 것이 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주희 교수는 "윤석열정부가 노동자를 적대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노조가 정부 지원으로 받은 돈은 모르겠는데, 조합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조합원이 알아서 할 일이다. 노조 간부의 횡령 등은 조합원 고소 등으로 사법 처리하면 되는데, 미리 신고 또는 보고하라는 것은 지나친 개입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16일 <뉴스토마토>가 노동 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3권 확보를 위한 견해를 문의한 결과, 현 노동조합법에 대한 한계를 지목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노사정의 핵심인 노사 관계에 정부가 개입을 하고 척결을 한다는 것은 권위주의적 방법이다. 노조가 그간 행동에서 국민의 불신을 받을만한 일이 있던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정부가 개입할 일은 아니다"라고 질타했습니다.
 
임운택 현 노동조합법의 개선과 관련해 "법이란 것은 노조가 원하는 방식대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국회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지 않나. 우리 사회 법의 척도는 다양한 주체 간의 역량, 책임, 사회적인 시선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운택 교수는 "전통적으로 안정된 노사 관계가 아니고 비정규직이나 유연한 노동을 하는 사람의 범위가 늘어나고 있다. 노동권 보호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갈등으로 전이 될 수 있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처럼 소위 조직화된 노동자, 일부 대기업 정규직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제로썸 게임처럼 얘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습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자들이 파업했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경제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보는 태도로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정부가 지나치게 편향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경제 정책이나 노동 정책이란 것이 국민의 삶을 제대로 정부가 보장하기 위해서 하는 부분인데 노동자들의 주장을 억압하면서 하는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재 근로기준법에 있는 근로자 개념은 공장 내 전형적인 노사 관계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법체계다. 산업 구조가 바뀌면서 공장에서 일하지 않는 특수고용 형태 노동자들이 소수가 아니라 상당히 많이 늘어나 있다"면서 현실에 맞도록 법을 보완·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화물연대 파업을 겪으면서 노동자들의 백기 투항을 받았다. 그런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다 보니 노조를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정치적인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 개혁을 3대 개혁 중에서 가장 전면으로 내세우게 되는데, 거기에 노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란 인식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에는 일하는 권리로서 노동3권이 보장되고 있는데도 제대로 그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노동자가 우리의 산업 구조나 노동 시장 변화로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제도적인 지체 현상 속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그런 가운데 그들에 의해 여러 가지 노조 결성이라든가 교섭단체 행동이 지금 줄을 잇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병훈 교수는 "그러한 취지에서 최근에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고 부르는 노동조합법 2조와 3조를 개정하는 것이 매우 마땅하다고 본다. 그렇게 제도적인 공백이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4년 쌍용차(003620) 노동조합의 파업 당시 노조원들에 내려진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노란 봉투에 넣어 보낸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조의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고, 3조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구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6일 <뉴스토마토>가 노동 분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3권 확보를 위한 견해를 문의한 결과, 현 노동조합법에 대한 한계를 지목했습니다. 사진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화물연대 탄압 공동대책위원회의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주혜린·김유진·용윤신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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