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 소재 학교의 석면 잔재물 조사 용역을 수행한 업체들이 동일한 분석 사진을 다른 학교의 결과 보고서에 중복 사용하는 방식으로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18일 학교 석면 잔재물 조사 용역을 수행한 업체들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2021년 겨울방학 기간 동안 석면 제거 작업이 이뤄진 서울 소재 다수 학교의 석면 잔재물 조사 용역을 수행한 4개 업체가 17개 학교에서 전자현미경 분석 사진을 중복으로 사용하는 등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 감사관 공익제보센터에 '서울시 소재 다수 학교의 석면 잔재물 조사 용역 업체들이 석면 함유 여부를 판독하는 전자현미경 분석 사진을 중복 사용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실시하게 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겨울방학 기간 학교 시설의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후 용역업체가 학교 건물의 일부를 임의로 추출해 석면 잔재물이 있는지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4개 업체는 정해진 기준보다 적게 추출한 뒤 다른 학교의 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사진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조작한 것입니다.

 

특히 2개 업체는 사진 중복 사용 규모가 100~200장에 달하는 등 짜깁기 정도가 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업체들의 경우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판단해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보고서를 조작한 4개 업체에 대해 이미 지급된 용역 대금을 회수하고 부정당업자로 지정할 방침입니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향후 공개 입찰이나 수의 계약 등에 참여하지 못하게 됩니다. 다만 용역 대금의 경우 전체 금액이 아닌 계약 미이행한 부분만 회수할 계획입니다. 사진을 중복 사용한 비율만큼만 돈을 돌려받겠다는 겁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용역업체들과의 계약이 종료된 상태라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별도 규정이 없다"며 "해당 업체가 자발적으로 대금을 돌려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민사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자현미경 분석에 관한 세부 기준'을 지난 10일부터 시행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했습니다. 세부 기준은 석면 잔재물 결과 보고서에 분석 사진(종횡비 확인), 원소피크 그래프(검출되는 원소 확인), 성분 분석표(석면 종류 확인)를 포함하도록 했습니다.

 

또 석면 잔재물 결과 보고서 검수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분석 사진 전수조사 방식'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모든 교육 주체가 석면에 대한 걱정 없이 교육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