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금리 인상과 경기 불안으로 증권가의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신임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영창 전 대표가 물러나고 김상태 대표 단독 체제가 닻을 올이면서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0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기존 이영창·김상태 각자 대표 체제에서 김상태 단일 대표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지난해 3월 신한투자증권 글로벌투자금융(GIB)총괄 각자 대표 사장으로 선임된 김 대표는 1년 만에 홀로 경영을 총괄하게 됐습니다. 임기는 오는 2023년 12월31일까지입니다.
김 대표는 그간 맡아왔던 IB(투자은행) 분야뿐 아니라 리테일·자산관리(WM) 부문에서도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홀로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합니다. 글로벌 긴축과 경기침체 우려로 DCM(채권발행)·ECM(주식발행) 등 전통 IB분야의 업황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현재 증권가에선 WM을 비롯한 리테일 사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인데, 김 대표가 IB맨 출신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용병 회장의 갑작스러운 용퇴로 인해 (김상대 대표가) 단독 대표가 된 그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당초 신한금융 회장 후보군에서 조용병 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었고 연임 시 진옥동 전 행장과 허영택 신한지주 부사장이 부회장으로 가는 그림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 회장의 갑작스런 용퇴로 진 전 행장이 회장직을 받았고, 부회장직 신설도 무산됐다는 전언입니다.
이 관계자는 “허영택 부사장을 증권 대표로 보내려 했지만, 이사회 부결로 결국 김 대표가 단독자리에 오른 것 같다”고 했습니다.
허영택 부사장은 1961년생으로 조 회장과 같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신한은행에 입행한 인물로 신한금융에 37년을 몸담았는데요. 지난해 조직개편으로 경영관리부문장(CMO) 조직이 해체되면서 물러나 고문으로 위촉됐습니다. 김 대표는 IB 업무만 30년 넘게 맡아온 IB 전문가입니다. 유진투자증권, KDB대우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을 거쳐 2018년 미래에셋증권에서 IB 총괄 사장을 역임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의 각자 대표로 선임됐습니다. 김 대표가 선인된 이후 GIB그룹 부문 실적이 개선됐는데요. 올해도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GIB그룹은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자문, 회사채·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주관하는 기업금융 전담 영업조직입니다. 신한금융투자 GIB그룹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
더블유씨피(393890) 등 대형 IPO를 주관하면서 실적이 크게 증가했죠.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785억원) 대비 57% 증가한 1232억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증시침체와 금리인상으로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 예정된 대형 IPO 역시 줄줄이 연기되거나 공모가를 낮추고 있습니다. 부동산 PF 시장 역시 건설업계 업황 부진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찬바람이 불고 있죠. 증권가에서도 IB 업황 부진을 우려해 WM을 비롯한 리테일 사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미 유가증권 평가손실 및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위탁수수료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신한증권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54.93% 급증한 3813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순익 증가는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의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의 영향이 컸습니다. 사옥 매각 건을 제외한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29.6%감소한 595억원에 그쳤습니다. 3분기 영업수익은 24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18억원으로 76.9% 급감했죠.
신한투자증권은 리테일, WM, 퇴직연금사업그룹을 통합해 '개인고객그룹'으로 확대·개편. 고객 중심으로 WM 사업 체질을 바꿀 계획입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은 그동안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해 오면서 관할 부분이 나뉘어져 있었던 만큼 업계에선 현재 김상태 단독 대표 체제에서 IB업무외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리테일그룹, WM그룹, 퇴직연금사업그룹, 글로벌사업그룹, GMS그룹, IPS그룹을 비롯해 전략기획그룹과 경영지원그룹, 디지털그룹은 이영창 전 대표가 관할했던 부분입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김상태 사장은 이영창 전 사장이 IB 쪽 강화를 위해 조용병 회장을 설득해서 데려온 사람으로 리테일이나 다른 분야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상태 대표에 대해 제기되는 안팎의 지적에 대해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작년부터 공동대표를 하면서 IB분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많이 익혔다”면서 “이미 관할 조직개편도 끝낸 만큼 회사 분위기도 파악하고 있어 IB 뿐만 아니라 WM 등 다른 분야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신한투자증권은 자산관리(WM)사업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은행과의 시너지를 제고해 고객중심의 지속성장을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신한투자증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