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삼성전기(009150)와
LG이노텍(011070)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양사 모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8%나 급감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중국 리스크'와 맞닿아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전체 고객사 중 40~50%가 중국에 몰려있고요. LG이노텍은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 광저우 공장 가동 중단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죠.
중국 리스크를 제외하더라도 통상적으로 부품사의 실적 희비는 전방산업 시황에 따라 엇갈리는데요. 수요 침체 시 고객사들이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재고를 우선 소진하기 위해 새로운 부품을 주문하지 않기때문입니다. 따라서 부품 공급사 입장에서는 주문이 줄어 판매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결국 수요처 다변화만이 돌파구인 셈입니다. 전자부품 업황은 1분기를 지나 2분기가 돼야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684억원, 영업이익 101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 68% 줄어든 수치입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67% 감소했습니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는 4분기에 세트 수요 둔화 및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IT용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및 카메라모듈, BGA(모바일용 패키지기판) 등 주요 제품의 공급이 감소해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중국 위주의 거래선에 문제가 생겨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인데요. 삼성전기의 대표 제품인 MLCC 매출의 50%, 카메라모듈 매출의 30%가 중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 부문의 4분기 매출은 833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 감소했습니다. 삼성전기는 ADAS, 전기차 등 고부가 MLCC 공급이 증가해 전장용 MLCC 매출은 성장했지만 스마트폰, PC 등 IT용 제품 수요 회복 지연과 재고조정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삼성전기는 생산성 향상 및 운영 효율화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고온·고압 등 전장용 하이엔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실적 개선에 힘쓸 예정입니다.
카메라모듈 사업을 영위하는 광학통신솔루션 부문도 전분기 대비 27% 감소한 65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전장용 카메라모듈의 해외 거래선향 공급을 확대했으나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IT용 카메라모듈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기는 향후 고성능 카메라모듈 탑재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고화소·고배율줌 등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 공급을 늘릴 계획입니다. 또한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패키지솔루션 부문의 경우에는 4분기 4798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요, 네트워크·전장용 FCBGA 공급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0.2% 성장하며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올해에도 스마트폰, PC 등 일부 응용처의 수요 감소가 예상되나 서버·전장용 등 하이엔드 패키지기판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삼성전기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서버용 패키지기판을 필두로 고다층·미세회로 구현 등 차별화된 기술이 적용된 고부가 제품 공급 확대를 노리고 있습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올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삼성전기는 전장·서버 등 성장 시장 관련 사업을 확대해 사업 체질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LG이노텍 본사.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 연간 최대 실적에도 '쓴웃음'
LG이노텍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최대 매출을 거두고도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죠.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나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5477억원, 영업이익 1700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0.4% 급감한 수치입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21.5% 증가, 영업이익은 61.8% 감소했습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4분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중국의 봉쇄조치에 따른 주요 공급망의 생산차질,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TV·PC·스마트폰 등 IT수요 부진, 원달러 환율의 하락 등 여러 악재로 수익성이 둔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아이폰 최대 생산 공장인 중국 폭스콘 광저우 공장 셧다운은 LG이노텍의 저조한 실적으로 이어진 모습입니다. 이로 인해 아이폰14 생산량이 약 1000만대 급감했고 부품 공급 물량도 기대보다 줄어든데다 IT 수요 부진으로 기판 부문 매출도 꺾이게 됐으니까요.
다만 그는 "그럼에도 고객사 신모델향 스마트폰용 고성능 카메라모듈 공급이 증가했고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관련 수요가 확대되며 DC/DC 등 전기차용 파워, 조향용 모터 중심으로 공급이 늘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광학솔루션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5조63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멀티플 카메라모듈, 3D센싱모듈 등 고부가 제품 중심 판매고 증가에 따른 결과로 해석됩니다.
기판소재사업의 경우 전방산업인 TV·PC·스마트폰 등 IT수요 부진과 연말 고객사 재고조정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8%, 전분기 대비 10% 감소한 39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전장부품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45%, 전분기 대비 11% 증가한 42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관련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인데요. DC/DC 등 전기차용 파워와 조향용 모터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하면서 6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양사의 연간 실적에서는 희비가 갈렸습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간 매출 19조5894억원, 영업이익 1조 2718억원을 거두면서 2019년부터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써내려간 반면 삼성전기는 전년 대비 3% 감소한 9조4246억원, 영업이익은 20% 줄어든 1조182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