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설 연휴가 지나면서 기업들의 본격적인 실적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다음달 초 네이버(
NAVER(035420))를 시작으로 지난해 연간 경영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중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고속 성장을 거듭했지만 엔데믹과 함께 글로벌 경기 둔화가 찾아오면서 주 수입원인 광고 매출이 부진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 조짐은 해외 빅테크 기업의 실적에서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연일 찬바람이 몰아치는 날씨 만큼이나 경기 한파도 매섭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행진은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24일(현지시간) 2023 회계연도 2분기(2022년 10~12월) 실적을 공개했는데요. 이 기간 MS의 매출은 527억5000만달러, 순이익은 164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에 그치며 6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폭을 기록했습니다. 순이익은 12% 위축됐고요. 신 성장 동력인 클라우드 부문이 선전한 덕분에 역성장은 면했지만 앞날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위기 의식을 공유했습니다. 3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505억~515억달러로, 월가 컨센서스 525억달러보다 훨씬 낮게 제시한 것입니다.
다음달 초 줄줄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등의 성적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경기 위축이 광고 시장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이며 해당 사업이 주축인 메타와 구글의 타격이 불보듯 뻔할 것이란 진단입니다. 월가에서는 이들 5개 회사의 합산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5%가량 줄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네이버(위), 카카오(아래) 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빅테크들도 처한 현실은 다르지 않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네이버의 지난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8조1750억원, 영업이익 1조3142억원입니다. 매출은 처음으로 8조원 장벽을 넘으며 신기록을 다시 쓰겠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 칠 것이란 전망입니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19.44%에서 16.08%로 3%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점쳐졌습니다.
카카오(035720)의 지난해 매출은 7조2361억원, 영업이익은 5858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역시나 매출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쓰겠지만 이익은 약 100억원 감소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줄어드는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인데요.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여전히 광고 매출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 경기 둔화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여기에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10월 발생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 보상이라는 예기치 못한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네이버는 북미 최대 C2C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 비용이 일부 반영됩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