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해부)코로나 특수 끝난 '씨젠'…주가·실적·직원 OUT

엔데믹 준비 안돼…주가, 고점 대비 6분의 1토막
코로나 방역 규제 완화 직격탄
성장전략도 부재…작년부터 퇴사자만 수백명

입력 : 2023-01-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특수를 누렸던 진단키트 업계가 엔데믹 전환을 맞아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진단키트 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성장했던 씨젠(096530)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어섭니다. 국내에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비상사태) 해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출구전략 없는 씨젠 내리막길 언제까지 
 
그래프=뉴스토마토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2만72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씨젠은 전일 2만7000원에 마감하며 0.74%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9.57%, 8.73% 상승한 것과 비교해 부진한 성적입니다. 특히 지난 2020년 고점이었던 16만1926원(무상증자 권리락 적용) 대비 주가는 6분의 1토막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씨젠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사라진 코로나19 특수와 성장 모멘텀의 부재로 풀이됩니다. 씨젠은 코로나19 발발 직후 진단부문의 고성장으로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코로나19 이전 1만4000원대였던 씨젠의 주가는 지난 2020년 16만원대까지 오르며 열배 넘게 급등했죠. 
 
이 기간 씨젠의 실적도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지난 2019년 말 1220억원(연결기준)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1년 1조3708억원까지 늘어나며 10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4억원에서 6667억원으로 3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씨젠의 실적은 지난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급격히 꺾였습니다.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은 73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9% 감소했고 3분기 기준 영업손실 322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죠.
 
증권가 씨젠 목표가 연일 하향…MSCI 편출에 수급도 불안
 
그래프=뉴스토마토
증권가에서도 씨젠의 목표주가를 연일 낮추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씨젠의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치는 3만6000원입니다. 이는 작년 2월 초 8만1000원 대비 55.56% 감소한 수치입니다.
 
씨젠의 경우 수급 측면에서도 부정적입니다. 지난해 11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서 제외됐기 때문인데요. MSCI 지수에서 편출될 경우 MSCI 한국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MSCI 지수가 적용된 12월1일부터 전일까지 외국인은 국내증시에서 총 5조2385억원을 순매수했는데요. 반면 씨젠 주식을 298억원 어치 팔아치웠습니다.
 
지난 11월 MSCI 한국지수에서 편출된 종목은 씨젠을 비롯해 녹십자(006280), CJ ENM(035760), GS건설(006360), SK케미칼(285130), 알테오젠(196170) 등 총 10개 종목. 신한투자증권은 이 10개 종목에서 총 6635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대비 못해 예견된 결과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적악화보다 큰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성장 전략 부재입니다. 씨젠은 주요 미래 성장전략으로 ‘신드로믹 검사’를 꼽고 있는데요. 신드로믹 검사는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병원체를 한 번에 검사하는 증상 기반 검사법입니다. 회사는 씨젠의 진단시약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완전자동화 검사시스템 ‘AIOS’의 설치를 통해 전 세계 PCR 검사 수요를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업계에선 이 같은 씨젠의 미래 성장전략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원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부터 입국 후 PCR 검사 의무까지 해제된 만큼 대규모 PCR 수요 증대 예측에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글로벌 역시 확진자 감소 및 앤데믹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제품군 수출 고성장을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씨젠에서 근무했던 업계 관계자는 씨젠에 대해 “코로나 의존도가 매우 높고 변화에 인색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로 몸집은 급격히 커졌는데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안이 없어 인력들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분자진단의 일상화를 비전으로 제시하는데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작년부터 수백명이 퇴사…절반 이상이 R&D 인력
 
표=뉴스토마토
씨젠의 경우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 조정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3분기 실적 악화에도 판매관리비는 22% 감소했는데요. 이는 매출과 연동되는 변동비 감소와 더불어 인건비, 연구개발비 등 고정비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씨젠의 경우 인력유출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씨젠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직원 수는 1053명으로 1분기 1187명에 비해 6개월 만에 11.29%나 급감했습니다.
 
씨젠의 경우 미래 성장동력을 이끌어야 할 연구개발(R&D) 인력이 급감했다는 점이 더 문제입니다. 지난 3분기 말 씨젠의 연구개발인력은 총 531명으로 1분기(599) 대비 68명이 줄었는데요. 전체 감소 인원(134명)의 절반을 넘어섭니다. 반면 이 기간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는 R&D 인력이 83명에서 96명으로 늘었죠.
 
코넥스에 상장한 한 체외진단 기업의 연구원은 “씨젠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지난해부터 수백 명의 퇴사자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최근 입사면접을 보러오는 사람들의 경력 사항을 보면 대부분이 씨젠 출신이다”고 말했습니다.
 
인력 감소와 관련해 씨젠 관계자는 “회사 인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회사 차원의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기존에 연구개발 인력이 워낙 많았던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씨젠 연구원들이 씨젠 의료재단 분자진단센터에서 코로나19 분석·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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