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영국 '힐즈버러 참사'가 발생한 지 34년 만에 영국 경찰이 유족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참사 당시 원인을 군중 탓으로 돌려왔던 경찰이 관리 실패를 실토하고 참사 발생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경찰청장협의회(NPCC)와 경찰협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습니다.
앤디 마쉬 경찰협회 회장은 이날 "경찰 실패가 참사의 주된 원인이었다"라며 "(경찰은) 참사 이후에도 유족들의 삶을 계속 황폐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리더십이 가장 필요할 때 유족들이 무신경하게 대우받았고 이에 대한 조정과 감독도 부족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모든 경찰이 실수를 인정하고 방어할 수 없는 것을 옹호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윤리강령을 강화하고 힐스버러 참사 등을 겪은 유족들 지원을 위한 새로운 지침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힐즈버러 참사는 1989년 4월15일 영국 프로축구팀 리버풀 FC와 노팅엄 포레스트의 경기가 열린 힐즈버러 경기장에서 94명이 압사하고 700명 넘게 다친 참사를 말합니다. 당시 경기장엔 수용 인원을 넘어선 관중이 몰렸고, 경기 시작 5분 만에 보호철망이 무너지며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경찰은 술에 취한 훌리건들의 난입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발표하며 책임을 돌렸습니다.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이 참사 원인이 술에 취한 리버풀 팬들 때문이라는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론은 희생자에게 부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 공식 진상 조사 보고서에서 경찰의 통제 실패가 참사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더 선>도 1993년 당시 보도가 잘못됐다며 사과했습니다. 유족들의 끈질긴 추가 조사 요구에 따라 2012년 경찰의 판단 착오로 군중이 과도하게 유입됐다는 구체적인 사실과, 경찰이 책임을 축구 팬에게 돌리기 위해 증거와 진술을 일부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후 법원이 2016년 참사 책임이 경찰에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같은 해 영국 정부도 공식으로 사과했습니다.
힐스버러 참사 희생자 추모하는 축구 팬. (사진=연합뉴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