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잇따라 자동차사고 시 경찰조사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비를 지원하도록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보장 특약을 개정하고 나섰습니다. 다만 백내장 과잉진료 사례와 같이 변호사와 보험 가입자가 공모하고 보험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경찰조사를 마치고 정식 기소상태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을 때, 실제 구속이 됐을 때 변호사선임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DB손해보험이 타인의 사망이나 12대 중과실사고 등 중대법규를 위반한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기존 보장 범위에 더해 경찰조사 단계에서도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급하는 특약을 선보였습니다. 이 상품은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3개월의 배타적사용권(독점 판매)을 획득했고, 업계 추산 매달 40억원 이상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상품의 배타적 사용권이 지난달 27일로 만료되면서 다른 보험사들이 비슷한 상품을 줄지어 내놓은 것입니다.
손보업계에서는 이 상품이 보장 공백을 해소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손보사 관계자는 "DB손해보험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교통사고 후 경찰조사 시 변호사 동행이 필요한 상황에서 발생한 보장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라는 것은 타 보험사들도 인정을 하는 부분"이라며 "검경수사권이 조정돼 경찰조사만으로도 사건이 종결될 수 있게 되면서 경찰조사 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됐는데, 상품이 개정되면서 이런 상황도 보장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가입자들에게 혜택이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자칫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에도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편취하고자 안과병원이 브로커를 통해 환자들을 모집하고 진료비 일부를 환급하는 식으로 과잉진료를 실시한 사례들이 문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 개정 출시된 변호사선임비 보장 특약도 변호사와 보험 소비자가 공모해 경찰조사를 받고 보험금을 받은 뒤 이를 변호사와 보험 소비자가 나눠갖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손보업계에서는 이같은 우려가 기우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복수의 손보사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해당 특약으로 보험금을 받으려면 보험 가입자와 변호사 모두 위험 부담을 져야 하는데 보험금에 비해 기회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현재 해당 담보의 보장은 최대 1000만원 수준입니다. 이 정도의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 소비자가 일부러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변호사가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일이 일어날 확률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 질환이 있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질환의 정도를 부풀리는 것과,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처벌의 부담을 안거나 변호사 자격 정지를 감수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의미입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경찰조사 단계로 변호사 선임 비용 보장 범위를 늘렸다고 해서 보험사의 수익성이 낮아지거나 운전자보험의 손해율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질병으로 인한 보장과 달리 해당 특약은 보험금 지급의 전제조건으로 우선 자동차사고가 발생해야 하고 경찰조사가 필요해야 하고, 12대 중과실에 해당돼야 하고, 변호사 선임을 실제로 해야 하기에 갑자기 보험금을 받는 사람이 많이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전남 여수시 일대에서 발생한 사고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