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씨젠 전경. (사진=씨젠)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몸집을 불린 국내외 진단업체들이 이제는 맥을 못추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분자진단에서 강점을 보였던 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눈에 띕니다.
한때 코스닥 시총 2위에 20만원
코로나19로 빛을 봤던 대표적 기업은
씨젠(096530)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122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씨젠은 이듬해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1조1252억원으로 몸집을 10배 이상 키웠습니다. 다음 해인 2021년 역시 매출은 1조3708억원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죠.
씨젠의 매출을 견인한 것은 코로나19 진단키트입니다. 씨젠의 진단키트는 분자진단 방식으로 코로나19 초창기 PCR 검사가 확진용으로 쓰이면서 각광을 받았죠. 당시 씨젠은 국내 공급뿐 아니라 해외로도 많은 물량을 수출했습니다.
덕분에 씨젠은 2020년 7월쯤
셀트리온제약(068760)을 제치고 코스닥시장 시총 2위까지 차지했습니다. 이듬해 2021년에는 주가가 20만원을 넘기도 했죠.
현재 주가 2만원대…전 세계적 흐름일 뿐?
씨젠의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20만원이었던 주가는 햇수로 2년을 넘으면서 2만원 후반대로 떨어졌습니다.
씨젠의 주가 하락 요인은 우선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체계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에 필요한 PCR 검사 자리를 자가검사키트가 채운 것이죠. 분자진단 기업인 씨젠에는 자가검사키트 제품이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해외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장기화와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 발맞춰 PCR 검사 대신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늘리면서 반대로 PCR 방식의 키트 수출량은 줄어들기 시작했죠.
로슈 CI. (사진=로슈)
로슈도 코로나19 진단 매출 급감
사실 진단업계에 드리운 매출 하락세가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되진 않습니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유행 장기화, 흔히 엔데믹이라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진단키트 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씨젠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분자진단키트 매출이 일제히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로슈의 최근 실적을 봐도 씨젠 쪽 해석과 일맥상통합니다. 로슈는 코로나19 진단키트뿐 아니라 치료제도 보유한 글로벌 기업입니다. 진단업계에선 강자로 손꼽히죠. 이런 로슈인데 작년 3분기 실적을 보면 로슈진단의 코로나19 진단 매출은 6억스위스프랑(약 9000억원)으로 기대에 다소 못미쳤습니다. 같은 해 상반기 누적 매출이 31억스위스프랑(약 4조5000억원)이었던 데 비해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이를 두고 세베린 슈완 로슈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3분기 실적 공개 당시 "제약과 진단 사업부 모두 코로나19 관련 제품들의 급격한 매출 감소가 예상됐다"면서 "지난해 3분기 코로나19 치료제와 진단키트 수요가 이례적으로 높아 기저효과로 인해 특히 어려운 시기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압도적으로 높았던 코로나19 진단 매출이 1년 새 급감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죠.
흐름은 올해에도 유지될 전망입니다. 올해 코로나19 제품 매출이 약 50억프랑 줄어들어 그룹 전체 매출이 고정환율 기준 한 자릿수 초반대를 보일 것이란 로슈 관측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