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애플이 '아이폰14'에 도입한 '자동충돌감지 기능'의 동작 오류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자동충돌감지 기능'은 자동차 충돌 등이 감지되면 경고를 표시하는 기능인데요. 지난해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4와 애플워치에 해당 기능이 탑재됐죠. 충돌이 감지되면 사용자는 10초씩 두 번에 나눠 나타나는 경고 알람에 반응해야 하는데 총 20초간 발생 반응에 대응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신고를 하게 됩니다. 문제는 위험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신고 전화를 걸어 공공행정능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당 기능이 최근 들어 미국과 일본에서 이슈가 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조짐이 감지되는 상황입니다.
6일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최근 아이폰14 및 애플워치의 자동충돌감지 기능으로 911 허위 신고가 급증했고 이에 따른 문제도 심각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콜로라도 서밋 카운티의 911 신고센터에서 근무하는 트리나 덤머(Trina Dummer)는 "하루종일 충돌 알림을 관리하고 있다"며 지난달 13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동안 185건의 신고 전화를 받았고 이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수치"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맹공격'(Onslaught)이 911 신고센터를 '무감각'(desensitize)하게 만들고 실제 긴급 상황 발생 시 제한된 자원으로 인해 위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역 보안관 마크 왓슨(Mark Watson)도 "현재 자신이 정상적인 근무를 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14에 도입한 ‘자동충돌감지 기능. (사진=애플 홈페이지 캡쳐)
자동충돌감지 기능은 도입 후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요. 미국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에서는 허위 신고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놀이공원 측이 놀이기구를 타기 전 이 기능을 비활성화 하라는 안내판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 콜로라도, 유타, 뉴욕, 펜실베니아, 미네소타 등의 스키장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보고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애플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허위신고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아이폰 사용 비중이 높은 일본에서도 이같은 사례가 늘어나자 최근 총무성 소방청이 '최신 스마트폰의 충돌 감지 기능 관련 긴급전화 발신에 주의를 해달라'는 공지를 게재한 바 있죠. 현지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하쿠바 등 나가노현 4개 시정촌을 관할하는 키타알프스 나가노 소방청은 지난해 12월16일부터 1월23일까지 자동 기능을 통해 919건의 긴급전화를 받았지만 약 100건 아이폰 충돌감지 기능을 통해 걸려온 허위 신고로 조사됐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국내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적인 국내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아이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불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아이폰14 사용자는 "급하게 뛰어서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경보가 발생해 깜짝 놀라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며 "허위 발생 신고가 접수될까봐 기능을 꺼버렸는데 신고 접수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어 선제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입니다. 또 향후 휴대폰 사용자의 허위 신고로 과태료가 발생하기 될 시 시시비비를 가려야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원래는 거짓 신고를 했을 경우에 500만원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게 되는데 본인이 거짓신고를 한것은 아니지만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소방대원이 출동하게 됐을때와 비슷한 경우로 볼 수 있다"며 "그만큼 소방 인력이 낭비되기때문에 오작동이 많이 나온다면 꼭 필요한 곳에 출동해야하는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 것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우려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도 "충돌방지 시스템이 기술적으로는 앞서있다고 볼 수 있지만은 과도하게 작동하게 되면 스키장이나 미세한 충격에도 소방이나 경찰 행정력이 동원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해외부터 이런 사례가 나오는 것은 우리도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야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애플이나 행정 기관에서 협력을 통해 선제적으로 이부분을 보완하지 않으면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