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현진 기자] 미분양 주택이 정부가 위험선으로 언급했던 6만2000호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침체기가 이어지며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회생절차에 돌입한 건설사가 등장한 데 이어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047040)은 최근 울산 동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의 후순위 대출 보증(브릿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행사측에 시공권 포기를 통보했습니다.
해당 사업은 총 480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지난해 시행사가 토지 매입과 인허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브릿지론으로 증권사와 캐피털사 등으로부터 약 1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대우건설은 여기에 440억원을 보증하고 공사비로 약 1600억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금리 인상으로 브릿지론 금리가 크게 오른 데 이어 미분양 주택도 증가하면서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한 것입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브릿지론 단계에서 책임준공을 약정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준공 약속을 깬 것은 아니며 연대 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하고 시공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향후 더 큰 손실이 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440억원의 손실로 반영하고 시공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회생 절차에 돌입한 건설사도 있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은 6일 '회생절차 개시 결정 및 관계인집회 공고'를 통해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해 공고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그동안 자금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건설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공사가 멈추는 사업장이 속출하는가 하면 직원 급여 지급 지연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건설 노조는 지난해 12월22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사 회생신청을 접수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미분양 증가세…건설사 주택사업 악재
건설업계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데에는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미분양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부동산 호황기에 건설사가 주택사업을 확장했지만, 최근 기준금리 급등 및 미분양 주택 증가로 인해 리스크가 증가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8107가구로 전월(5만8027가구) 대비 17.1% 증가했습니다. 정부가 밝힌 미분양 위험선인 6만2000가구를 넘어 7만 가구에 육박한 상황입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건설사가 주택사업을 하더라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며 "자재비와 인건비 등 비용은 다 오르는 상황으로 공사를 하면 할수록 돈은 더 들지만 분양해도 리스크가 높아지며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는 건설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진 기자 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