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 인사에 대한 고찰

입력 : 2023-02-08 오전 10:23:30
지난해 솔리다임(인텔 낸드사업)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의 인사가 뇌리에 맴돕니다. 철옹성 같았던 반도체 과점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적자전환한 충격 때문입니다. 이 전 사장은 지난해 초 의장을 맡은 지 10개월여 만에 박정호 부회장으로 교체됐습니다. 당시 외국인 CEO가 함께 물러나 문책성 인사 색깔이 짙었습니다.
 
도리켜보면 교체인사가 왜 그렇게 빨랐나 의문이 듭니다. 2021년말 인텔 낸드사업을 인수하고 작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좋았습니다. 3분기부터 실적이 감소했는데 시기만 보면 인사 판단이 너무 성급해 보입니다. 실적도 반도체 메모리 낸드플래시 시황 부진과 동조된 흐름입니다. 그래서 시황이 회복되면 실적도 급반등할 것처럼 보입니다. 업황 탓만이라면 그렇습니다.
 
업황을 고려한 게 아니라면 M&A 실패 가능성이 의식됩니다. 11조원을 쓸 만큼 가치가 있었냐는 인텔 낸드사업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 말입니다. 인텔은 주력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낸드사업을 판다고 했었습니다. 핵심 기술이 빠진 덜 중요한 사업을 팔았을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가 인텔에게 속았다면 국가적으로 분통 터지는 일입니다.
 
인텔은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 성과를 장담하면서 TSMC와 함께 삼성전자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실상 TSMC와 삼성전자의 선두권 다툼에서 3파전 구도를 애써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인수해서 들여다본 인텔의 기술력이 별 것 아니라면 파운드리에서도 겁낼 것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수출 업황 부진에도 반도체만 호실적을 냈던 시기에 이석희 사장의 경영수완도 빛났었습니다. 그 시대가 바뀌면서 SK하이닉스의 전략도 수정될지 관심 포인트입니다. 이 사장 전임 CEO들은 비메모리 사업 성장에 집중했던 바 있습니다. 이 사장은 그들과 다르게 메모리를 강화해 핵심역량을 키우자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인텔 낸드사업 인수 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이익률을 올리는 등 전략의 성과를 봤습니다.
 
지금은 반전됐습니다.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있는 삼성전자만 흑자를 방어했습니다. 위기에 빠진 SK하이닉스를 구해낼 박정호 부회장은 언뜻 너무 많은 책임과 역할이 보입니다. 총수들은 흔하지만 전문경영인 중에 3개사(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의 이사를 맡은 경우는 드뭅니다. 그만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제는 녹록지 않습니다. 애초 인텔은 왜 낸드사업을 팔았을까부터 의심이 갑니다. 로비가 합법인 미국에서 인텔은 미리 대중국 정세변화를 감지했을 것입니다. SK하이닉스에 판 중국 다롄공장이 골칫거리가 될 것도 예상했을 법합니다. IRA만 해도 국내 현대차가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중국은 미국 견제에도 메모리 반도체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사업의 미래가 불안합니다. 그나마 정답처럼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비메모리가 생존의 길이라는 것.
 
이재영 산업1부 선임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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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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