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바꾸는 모수개혁에 앞서 4대 공적연금 등 노후소득 보장체계 전반을 손보는 구조개혁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조정 등 '모수조정'보다도 기초연금·퇴직연금·사학연금 등 다른 연금 간의 통합 등 구조개혁이 우선되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위 소속 민간자문위원회는 그동안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등을 중심으로 한 모수개혁 논의에 집중해왔던 만큼, 개편 논의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셈입니다.
그러나 구조개혁 선행의 방향타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연금 제도 틀은 그대로 둔 채, 모수개혁을 위주로 논의하는 것은 '땜빵'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금특위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들과 면담한 이후 기자들에게 "공적 영역에 대한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며 "구조개혁에 대한 부분을 우리가 먼저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모수개혁을 논의) 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강 의원은 "모수개혁은 5년마다 정부가 재정 추계를 통해 하기로 돼 있는데 이 부분은 일정부분 정부 몫이 강하지 않느냐는 것을 공감했다"며 "구조개혁에 대한 부분을 우리가 먼저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모수개혁을 논의) 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금 개혁은 크게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으로 구분됩니다. 정부가 먼저 공식화했던 '모수개혁'은 재정을 안정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 등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얼마를 납부하고, 나중에 얼마를 수령할 지에 관한 개혁을 뜻합니다.
구조개혁은 더 넓은 차원의 개혁으로 연금체계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이른바 4대 연금의 통합부터 기초연금이나 노령연금 등을 재편하는 작업까지 포함하는 것입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모수개혁으로 당장 급한불은 끌 수 있지만 5년마다 또 조정해야 한다. 매번 땜질식하는 게 모수개혁이니까 구조적으로 접근해서 큰 개혁을 논의하는게 맞긴 하다"고 말했습니다.
양 교수는 "한번에 힘들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구조개혁 해야겠다는 특위의 뜻을 이해한다"면서 "스웨덴, 일본, 독일은 구조개혁을 이미 끝냈다. 자동안전화장치를 만들어 놔서 이제는 미세 조정만 거의 하는 정도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일과 스웨덴 등은 초기에 한국과 같이 '적립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연금 수급자 규모 증가와 급속한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구조개혁'에 나섰고, 매년 걷어 당해에 나눠 주는 '부과 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공적 연금 역할을 축소하고 사적 연금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에 나섰습니다. 개인연금·퇴직연금·주택연금 등 보험 상품에 가입했을 때 정액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리스터연금을 도입한 게 그 사례입니다.
스웨덴은 1998년 '낸 만큼 돌려받는' 방식으로 연금 제도를 전환하는 대대적 개혁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1999년 공적연금에 인구통계학적, 경제·재정적 지표 변화와 연계해서 연금 재정에 따라 수급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까지 도입했습니다.
이 장치는 현재 일본, 독일 등 OECD 회원국의 약 3분의 2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2004년 인구와 경제 변화에 맞춰 연금 지급액을 자동 삭감하는 '자동조절장치'를 도입했습니다. 연금액은 임금과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하되 기대 수명과 출산율에 연동했습니다.
양 교수는 "구조개혁안 논의는 계속 됐지만 쉽지는 않다.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하고 반발도 있을 수 있다. 몇 개월 안에 될 일은 아니다"라면서 "그렇더라도 이제 큰 틀에서 구조개혁에 대해 논의할 때가 왔다"고 조언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모수개혁에 앞서 4대 공적연금 등 노후소득 보장체계 전반을 손보는 구조개혁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사진은 저출산-고령화 대응 위한 '한 자녀 더 갖기 운동'.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