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CJ ENM이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받아든 가운데 연말 구원투수로 부임한 구창근 대표가 임기 시작부터 먹구름에 직면했습니다. 티빙의 영업 손실과 광고 부진으로 CJ ENM이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쳤는데 올해 실적 가이던스까지 제시하지 못하면서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9일
CJ ENM(035760)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34.9% 증가한 4조792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73억원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전년 대비 53.7% 급감한 수준입니다. 피프스 시즌과 티빙의 영업손실 및 TV 광고 부진의 영향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줬습니다. 이에 따라 CJ ENM은 16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습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수익성이 부진한 영향이 컸는데요. CJ ENM의 지난해 4분기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2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3분기의 경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CJ ENM은 올해 실적 가이던스 제시하지 않았는데요. 일반적으로 새로운 해의 실적 가이던스는 4분기 실적 IR자료나 컨퍼런스 콜에서 제시되는데 이번 CJ ENM의 경우에는 올해 목표치가 빠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CJ ENM 관계자는 이날 컨퍼런스 콜을 통해 "저희 대표이사께서 중장기 전략 방향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신 것처럼 조직 개편과 함께 새로운 전략 방향에 맞춰 중장기 전략 방향을 수립 중에 있고 사업부별로 경영 계획 역시 아직 전략 방향에 맞춰서 수립 중에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가이던스를 제공해 드리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창근 CJ ENM 대표. (사진=CJ ENM)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적 개선 숙제를 안고 있는 구 대표가 고심하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10월 올리브영에서 CJ ENM 사령탑으로 온 구 대표는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강행했습니다.
CJ ENM에 따르면 영화·드라마사업본부, 콘텐츠제작본부 등 기존 9개 본부를 영화·드라마, 예능·교양, 음악 콘텐츠, 미디어 플랫폼, 글로벌 등 5개 본부 체제로 개편했습니다. 특히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 기존 팀장, 국장, 사업부장, 사업본부장 단계에서 국장직을 없앴는데요. 구 대표는 그간 CJ푸드빌에서 투썸플레이스 매각을 추진하고 CJ올리브영에서는 중국 사업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힙니다.
이렇다보니 최근 CJ ENM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인력 감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선 국장이 팀장으로, 팀장이 사원으로 변경되면서 비효율성이 늘었고 팀장들에게 구조조정 명단을 작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CJ ENM은 인위적인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CJ ENM 관계자는 "콘텐츠산업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콘텐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핵심기능 중심으로 사업본부를 개편하고 의사결정단계를 단순화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한 것"이라면서 "의사결정체계도를 단순화한 것은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조직개편 이후 업무방식 변화를 통해 생산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