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의존도 줄인 게임사들…엔씨만 '제자리걸음'

넥슨·넷마블, 공식 채널·스토어 등에 확률 공개…접근성↑
엔씨도 확률 공개하지만 타사 비해 소극적
이용자 "확률 공개 넘어 '낮은 확률'·'정확도 확인 불가' 개선해야"

입력 : 2023-02-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한 게임법 추진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으며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주요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비중을 줄이려는 변화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경우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 수익구조와 관련해 더딘 변화를 보이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선 넥슨, 넷마블(251270), 엔씨소프트(036570) 등 게임업계 맏형격인 3N을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구조를 띈 최근 신작과 대표작들의 확률 공개 현황과 확률형 아이템의 비중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넥슨 나우 홈페이지에 공개된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일부.
 
3사 중에선 넥슨이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넥슨은 전세계 최초로 부분유료화라는 수익모델을 도입한 회사이자 2021년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으로 가장 홍역을 치렀던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용자들의 트럭 시위 이후 넥슨은 라이브본부를 출범시키는 등 확률 아이템 모니터링과 이용자 소통 중심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넥슨은 확률형 아이템의 실제 확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넥슨 나우'를 도입하며 확률형 아이템이 기획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매달 공식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작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과감히 없애는 시도를 해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선보인 신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하지 않고 정액제 과금 방식을 내세우며 이용자 부담을 낮췄습니다. 지난해 10월 스팀 얼리 엑세스로 먼저 선보인 넥슨의 서브 게임 브랜드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도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없애며 과금을 최소화했습니다. 다만 기존 대표작들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히트2' 등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 뽑기 BM(비즈니스모델)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고, 상위 등급으로 가기 위해선 많은 과금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개선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엔 BM구조 다변화가 필요한데,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에 배틀패스, 시즌패스를 도입하는 등의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2의 나라 확률형아이템 확률 공개 화면 캡처.
 
넷마블의 경우 이미 2021년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비중을 줄이고, 유료 아이템뿐 아니라 인챈트(강화·업그레이드 등)까지 광범위하게 확률을 공개해왔습니다. 또한 공식 카페 및 게임 스토어 등에서 비교적 확률공개를 투명하게 해왔다는 게 회사측 설명입니다. 현재 넷마블의 주요 작품인 '제2나라:크로스월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모두의마블', '마블 퓨쳐 레볼루션' 등의 게임들에선 컴플리트 가챠(다중뽑기) 요소가 빠져있습니다. 컴플리트 가챠는 일종의 '합성 아이템 뽑기'로 확률형 아이템 중 가장 높은 사행성을 지닌 상품으로 꼽힙니다. BM구조도 배틀패스, 확정형 상품 등 상품군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으며 게임성을 고려해 지난 12월 얼리엑세스로 선보인 '파라곤 디 오바프라임'에는 확률형 아이템 상품이 아예 없습니다.
 
리니지 게임의 고급 등급의 확률 공개 화면. 
 
리니지IP(지식재산권)의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엔씨소프트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BM을 구축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리니지에는 컴플리트 가챠가 3사 게임들 중 가장 강하게 적용돼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이용자들로부터 과금 유도가 심하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고, 탈 리니지를 시도했던 2021년 작품인 '블레이드앤소울2', '트릭스터M' 등도 기존 리니지 BM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해외향 '리니지W' 역시 확률형 아이템 요소를 축소해 기존과 다른 BM구조로 접근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으나, 실상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다를 바 없어 이용자들에게 실망을 안겼습니다. 
 
확률 공개는 트럭시위 등 논란이 인 이후 시점인 2021년부터 자율규제 원칙 하에 이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엔씨의 경우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확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현재 인게임과 홈페이지 내에서 확률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다만 등급별 아이템 종합확률은 제시되지 않는 게임도 있어, 이를 파악하려면 이용자들이 개별 아이템 확률을 일일히 더해야만 합니다. 또한 합성 아이템 확률의 경우엔 모두 인게임 내에서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엔씨 측은 "세세하게 각 캐릭터 확률을 소수점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다"는 기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신작이 없어 현재는 기존 게임들 BM에 대해 순화하는 작업만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올해 TL(쓰론 앤 리버티) 등 신작에선 달라진 BM모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용자들은 게임사들의 확률 공개 여부를 떠나 여전히 확률이 지나치게 낮으며, 확률이 실제로 맞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합니다. 확률 미공개뿐만 아니라 낮은 확률, 정확하지 않은 확률 모두 무리한 과금을 유도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니지 게임을 즐겨했다는 한 이용자는 "상위 등급 카드를 뽑는데 유일등급 기준으로 많게는 20억원까지 든다"면서 "영웅이 나올 확률이 3300원당 0.1%다. '3300원이니까 조금만 하면 되겠지' 해서 계속 도전하다가 수천만원까지 과금을 하게 된다. 게다가 0.1% 확률이 정확한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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