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철강 업계의 철스크랩(고철) 구매량이 지난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철강 업계에서는 지난해 여름 발생한 태풍 힌남노 피해와 건설경기 하락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제철소 침수로 생산을 못해 고철 재고가 쌓였고 건설산업에서 제강 제품의 수요가 감소했다는 설명입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수요산업의 경기 전망이 어두워 고철 구매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16일 한국철강협회가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조사한 '고철 구매량 변화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제강업체들의 고철 구매 총량은 2409만톤(t)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조사 기간 중 가장 구매량이 낮은 지난 2020년(2492만t) 대비 3.3% 하락한 수준입니다. 또 다시 최저치를 기록한 겁니다. 전년과 비교하면 12% 감소한 수준입니다. 구매량이 가장 높았던 2013년(3209만t)보다는 25% 하락했습니다.
지난 2010년~2022년까지 국내 철스크랩(고철) 구매량 변화 추이. (그래프=한국철광협회)
지난해 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에 따라 제철소 침수피해가 있었고, 철강 제품 생산량 감소가 이어져 고철 구입량도 하락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용광로)를 운영할 때 고철을 사용하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사들이 구매를 많이 한다"며 "지난해 태풍에 따른 제철소 침수피해로 철강업계 전체의 철강 제품 생산이 멈춘 상황이라면 고철이 그대로 재고가 돼 구매량이 줄어든 것"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했던 시기는 고철 구매량이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해 8월 고철 구매량은 129만t으로 가장 높았던 4월(264만t) 대비 51% 하락하며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또 지난해 건설경기의 침체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고철은 철근과 형강 등 제강 제품을 제작하는 원자재로 사용됩니다. 이같은 봉형강 제품은 건설현장에서 많이 이용하는데 지난해 건설경기 둔화 영향으로 수요가 하락해 고철 구매량을 내린 겁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철스크랩 구매는 국내와 해외시황, 재고 보유 수준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지만 절대적으로 조강생산(특히 전기로)에 좌우된다"며 "지난해 전기로 조강 생산에 건설경기 부진이 반영되면서 조강 생산은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 이에 고철 구매도 따라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철 구매량은 2013년 최고점에 도달한 이후 우하향 추세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해 구매량은 전년보다 더 떨어져 최저치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철스크랩을 원료로 제강사에서 주로 생산하는 철근 형강 등 봉형강제품은 건설현장에서 많이 쓰인다"며 "지난 2021년 건설경기 호황에 따라 생산이 늘었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강경기가 하락세로 전환했고 올해도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져 제강원료인 고철 구매가 한층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3월 서울 시내 한 공업사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