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포스코 ‘풍전등화’…관치 논란 언제까지?

소유분산기업 대리인 문제 지적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통령까지 개입하며 관치 논란
당정, 소유분산기업 셀프연임 유리한 내부 이사회 독립성 부족, 대리인 문제 지적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위도 보건복지부 산하…정권에 자유롭지 못한 대리인 문제 노출

입력 : 2023-02-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당정이 KT와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셀프연임’을 지적하지만 ‘국민연금 관치’ 논란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셀프연임은 거수기 이사 구조로 소유분산기업 수장이 자체 연임 결정하는 것을 꼬집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재계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이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관치라고 반발합니다. 전문가들은 소유분산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며 실적과 기업가치 성장 여부가 연임 인사평가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KT 구현모 대표의 연임 결정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절차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주주총회 반대표 행사를 시사하는 중입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주인없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꼬집자 작년 최정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포스코도 가시방석 분위기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돼 역사적으로 연임 후 임기를 채운 회장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소유분산기업이 주로 공격당하는 지배구조 문제는 셀프연임에 유리한 이사회 구조입니다. 재선임을 시도하는 내부 경영진을 견제할 이사회 기능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소위 거수기 이사구조로 내부 인사를 후보에 올리고 심사까지 무사통과한다는 게 최근 국민연금과 당정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문제입니다.
 
소유분산기업, 셀프연임에 취약?
 
이와 관련 KT 이사회 내 위원회를 보면, 회사는 대표이사 후보를 심사하기 위한 목적에서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이사회 내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구성은 사외이사 전원에 사내이사 1인이 포함돼 있습니다. 사내이사가 대표 선임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구조입니다. 과반수를 차지하는 사외이사의 경우 선임 과정에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칩니다. 이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도 사내이사 1인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사회 구성만을 따지면 포스코가 KT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한 구조입니다. 포스코도 사내이사 후보와 대표이사 회장 등의 선임을 사전심의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이사회 내 있습니다. 포스코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으로만 구성됩니다. 또 경영진 평가와 보상계획을 수립하는 평가보상위원회도 사외이사 4명만 활동합니다.
 
물론 이사회 조직 구성만으로 의사결정구조의 투명성을 따지기엔 부족합니다. 애초 사외이사 선임부터 투명하지 못하다는 의심을 사기 때문입니다. 흔히 재계는 사외이사 내 전관 출신 인사를 영입해 정권에 줄 대는 관행도 지적받습니다.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기존 경영진을 보호하는 역할에 치중하며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리인 문제는 자본을 제공한 주주와 이들을 대신해 경영하는 대리인간 이해관계가 불일치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김형석 한국ESG기준원 연구위원은 “국내 소유분산 기업 CEO는 주로 자신이 통제 가능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참호를 구축하는 형태의 대리인 문제를 초래한다”라며 “소유분산기업 CEO가 통상 의결권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 일반 주주에 의한 의결권 행사, 특히 일정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대리인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나 수탁자 책임활동의 순기능을 강조한 것입니다.
 
 
국민연금, 국민보다 정권에 충성?
 
반면 이러한 국민연금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스스로의 대리인 문제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자본을 제공한 국민입니다. 그런데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 등 대리인은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장관 인사를 대통령이 하는 만큼 의사결정구조가 정권에 귀속된다는 것입니다.
 
채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금운용의 목적이 국민의 노후를 대비하는 자산의 운용이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있어서 수책위의 전문성이 과연 적절한가, 특히 대표성을 강조한 기금위의 추천에 따라 수책위가 구성되므로 독립적인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항상 우려가 있다”라고 짚었습니다.
 
지배주주기업들도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국민연금 경영 개입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스튜어드십코드 이후 국민연금의 주주제안 등 경영 간섭이 늘어나자 재계는 관치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KT, 포스코 등 회장 연임 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하며 지배구조 선진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권마다 수장이 바뀐 게 국민이 인식하는 역사적 결과”라며 “먼저 연금 의사결정구조의 독립성을 확보해 그 논란부터 해소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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