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 중 간부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이강원 기자] 역술인 천공이 윤석열 대통령 용산 관저 결정에 개입한 의혹이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뒤덮었습니다.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변하면서도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을 위해 핵심 증거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야권 요구에는 제대로 응하지 못하며 해당 논란을 가라앉히지 못했습니다.
야권 "CCTV 복구·출입기록 내라"…국방부 "없다"
야권은 이날 회의에서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육군본부 서울사무소를 방문한 시기로 의심되는 지난해 3월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과 차량 출입기록 등 해당 물증을 공개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계속된 추궁에 "결론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당사자에게 확인한 결과를 육군이 제게 보고했고, 저는 그렇게 이해했다"고 반박하면서도 물증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당시 공관과 서울사무소의 CCTV 영상과 출입기록을 국방부에 달라고 했지만, 국방부는 대통령경호처로 관리권이 이전돼 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실 이전 태스크포스(TF)팀에서 관련 건물에 방문했다는 보도가 있는 것을 보면 관리권이 이관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출입기록을 확인하면 진실이 밝혀지는데 왜 제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진실은폐'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것으로 정확히 제출하는 게 사회적 논란 종식의 지름길"이라고 요구했습니다.
17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한기호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CCTV 영상 등을 장관에게 구체적으로 보고하려면 '이를 확인했더니 없다'는 것을 알아야 장관도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 아니냐"며 "공관과 서울사무소에 들어가려면 1차적으로 출입 절차를 밟아야 하고 기록이 남는다. 국방부에는 기본적으로 자동 차량번호 인식시스템이 있고, 군경찰단에서 출입하는 사람들의 차량번호를 수기로 적고, 나중에 이를 전자인식해 국방부 서버에 저장·관리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따졌습니다.
이에 이 장관은 "CCTV 영상은 30일 정도를 기준으로 (기존 영상에 새 영상을) 덮어쓰기를 해 복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와 관련한 서울경찰청 수사가 진행 중이라 CCTV를 건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습니다. 출입기록 관련해서도 "공관과 서울사무소 개별 출입기록은 없으며 과거에도 없었다"며 "여러 공관이 있는데 이를 통합관리하는 것은 유지 중이며, 서울사무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CCTV는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다. 관련자들이 청문회에 나와 사실을 밝히면 된다"며 "국방위 여야 간사 간 합의해 이 문제에 대해 청문회하고 국정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송옥주 의원도 "관저 민간인 방문 의혹에 대해 질의하는데 국방부가 '모르쇠'로 나오고 증거가 나오면 번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8월26일 오전 윤 대통령의 입주를 앞둔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 소방차 등 각종 차량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병주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에도 국방부로부터 천공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요구했었다며 "(국방부 관계자들이) 당시에는 (천공 의혹에 대해) 부인하지는 않았다"며 이 장관에게 "(의혹)관련자들을 모두 조사했느냐. 이런 일이 있으면 모든 인원을 조사하고 '전혀 아니다'라는 말을 써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이 장관은 "무속인 문제는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고, 군 기관은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에게 공개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의혹 관련자 자체 조사 관련해서도 "무속인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하는데 다른 사람한테 확인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모든 사람을 조사한 건 아니지만 당사자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용산 넘어간 이종섭 오후 회의는 불참
이후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한다는 이유로 용산으로 넘어가 오후 전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적절치 않은 처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오후 자리를 비운 이 장관을 대신해 응답자로 나선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공관과 서울사무소가 군사보호시설이 맞느냐"는 배 의원 질의에 "아니다"고 말했다가 계속된 지적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습니다. 국방부 실무진도 "공관은 (보호시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결국 이를 지켜보던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이 보다 못해 "한남동 일대와 계롱대 자체가 보호시설로 돼 있다"고 신 차관 답변을 정정했습니다. 배 의원은 "환장하겠다"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김광연·윤혜원·이강원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