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제네시스…'독립법인' 조언 봇물

올해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대 돌파 유력
완전한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에 영업·정비망 등 차별화 필요
연 판매량 확대·자산분리 부담 등 과제

입력 : 2023-02-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2년 연속 글로벌 판매 연 20만대를 넘어서면서 올해 누적 판매 100만대가 유력합니다. 2015년 독립 브랜드로 출범한지 8년 만인데요. 
 
기존 세단 위주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등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아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에 업계에선 독립 법인으로의 분리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진정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착하기 위해선 모든 영업망과 정비망을 분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제네시스 G90.(사진=제네시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네시스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약 85만대입니다. 2015년 11월 첫 차량 출시 후 7년 만에 글로벌 판매 80만대를 넘은 것인데요. 
 
현대차 전체 판매에서 제네시스 판매 비중도 2021년 5.1%에서 지난해 5.3%로 확대됐습니다. 2020년부터는 연 20만대를 넘겨 올해 하반기께 1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라인업 확대로 프리미엄 군 형성, 미국 시장 안착
 
제네시스의 최대 시장은 미국인데요.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량은 5만6000대로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5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것은 2016년 제네시스가 미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입니다.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요. 실제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닛산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4만7000대)를 앞질렀습니다. 혼다 아큐라(10만2000대), 토요타 렉서스(25만9000대)는 각각 35%, 15% 감소했습니다. 
 
일본 완성차 업계가 반도체 수급난 대응에 실패하는 상황에서 제네시스가 경쟁력 높은 신차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뺏어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1월 신형 G90 출시 행사에서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 톱10에 들어가 혼다 어큐라, 닛산 인피니티를 이미 초월했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네시스는 국산차 첫 고급 브랜드로 G90(당시 EQ 900)을 출시하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이 장악하던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 개편까지 브랜드 출범 전 과정을 주도했죠.
 
제네시스 스튜디오 안성.(사진=제네시스)
 
이젠 G90, G80 등 고급 세단 외에도 G70, GV70, GV80 등 SUV와 G70 G80 전동화 모델, 전용 전기차 GV60도 선보이며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법인분리 "2~3년내 가능" vs "시기상조"
 
업계는 판매 전시장, 서비스센터를 현대차에서 분리해 고급차 브랜드의 차별화 전략을 강화해야하는 시기가 임박했다고 봅니다. 정 회장도 2015년 제네시스를 론칭하며 '독립'을 지향점으로 내세웠는데요. 결국 완전한 독립은 법인분리로 연결됩니다.
 
그동안 제네시스는 홀로서기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는데요. 2017년 4실 7팀 체제의 전담 사업부 조직을 꾸려 전략을 총괄하고 있고 국내에 제네시스 전용 전시관(수지, 하남, 안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미국에 첫 독립 매장을 열었고 중장기적으로 100곳 이상을 더 갖출 계획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모델을 다양화하고 여러 지역에서 판매량이 안착된 지금 시점에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법인을 분리하고 정비망과 판매장을 독립해야 한다"며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일반 대중 브랜드와 섞이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인 분리 시점은 향후 2~3년 이내로 예상한다"며 "미국에서는 성공적으로 안착을 했고 이제 유럽, 중국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데 그 전에 법인 분리 움직임이 내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노조와의 문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통해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부분을 가지고 협의를 한다면 원활히기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단순한 차량 판매뿐 아니라 마케팅, 서비스 등 브랜드 정체성을 새로 정립해야 하는 만큼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네시스가 연 20만~30만대를 판매하는데 렉서스는 80만~100만대로 이정도 규모는 돼야 법인화가 가능하다"며 "공장도 따로 짓는 등 자산 분리를 해야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현재 현대차가 필요성은 못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도 "제네시스가 현재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망도 다시 짜야하는 등 완전히 따로 가야 하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독립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제네시스의 독립법인 열쇠는 전동화가 쥐고 있습니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수소차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며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고 있는 만큼 렉서스로 대표되는 일본 고급차 브랜드들을 추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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