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하한가’ 이엠앤아이, 무분별한 자금조달에 소액주주 '피눈물'

최대주주·투자조합만 배불린 거래재개
거래 재개 후 코스닥 하락율 3위 기록
감자 후 유증, 액면가 주식 95% 확보 '묘수' 부려
대규모 오버행 터져…예견된 주가 급락

입력 : 2023-02-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거래정지 기간 무분별하게 발행한 신주로 인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생산 판매 기업 이엠앤아이(083470)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거래 정지 기간 진행된 감자와 유증·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인해 소액주주 주식 가치는 휴지 조각이 된 반면 신주 발행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엠앤아이 주가는 오버행(잠재적 물량 부담) 이슈에 발목이 잡혔지만, 신주 발행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액면가 수준의 헐값에 받아간 주식 덕분에 현재 주가 급락에도 아랑곳없이 물량 폭탄을 터트리며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정지 전 이엠앤아이(전 KJ프리텍)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90% 가량의 손실을 입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11월9일 거래가 재개된 이엠엔아이는 거래재개 첫날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도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거래정지 이후 지난 17일까지 주가는 58.75% 급락했습니다. 해당 기간 코스닥 시장 주가 하락률 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엠앤아이의 주가 하락은 거래 정지 기간 발행된 신주 물량이 대거 매물로 출회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엠앤아이는 자본잠식 및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감사의견 거절 등의 사유로 지난 2019년 1월부터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작년 9월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며 거래정지 3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11월부터 거래가 재개됐는데 거래정지 기간 동안 이엠앤아이는 수차례의 감자와 유상증자, CB발행 등을 이어갔습니다. 이엠앤아이는 거래정지 기간 자본잠식 해소 등을 위해 40대 1, 2대 1 감자를 연이어 단행했습니다.
 
빠르게 진행된 감자와 더불어 잇따라 유상증자와 CB 발행이 이어지면서 소액주주의 주식 가치는 급락했습니다. 이엠앤아이는 2020년 3월 40대 1 감자의 효력 발생 직후 한스이엔지·인트로메딕(150840) 외 4명을 대상으로 액면가 500원에 제3자 대상의 유증 1589만4000주를 진행했습니다. 40대 1 감자 직후 153만516주에 불과했던 총 주식수는 신주 발행으로 1742만4516주로 11배 넘게 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투자주체들은 발행주식의 91.22%를 액면가 수준으로 거머쥔 것이죠.
 
소액주주들을 배제한 3자 배정 유증이 이어지면서 소액주주의 주식 수는 급격히 줄었습니다. 지난 2018년 말 기준 전체발행주식(2470만4729주)의 85.3%(2108만4279주)를 보유하고 있던 소액주주들의 주식보유 비율은 2021년 말 사업보고서 기준 4.2%(66만1850주)까지 줄었습니다.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 추락과 달리 액면가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받았던 이들은 모두 5% 넘는 지분을 확보하며 주요주주로 등극합니다. 2021년말 기준 5% 이상 주요주주는 9명(법인 포함)까지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들은 향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묘수'를 부립니다. 기존에 발행한 CB의 주식전환과 최대주주인 디에스피코퍼레이션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해 발행주식 총수를 급격히 늘렸기 때문입니다. 발행주식 총수를 늘려 보유 지분율을 5% 이내로 떨어뜨리는 묘수를 쓴 것이죠. 
 
이로 인해 2021년말 대부분의 주요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5% 이상의 주식은 발행주식수가 증가해 주요주주들의 지분율은 4.82%로 줄었습니다. 5% 지분 신고 의무가 사라진 셈입니다. 이미 3자 배정 유증에 따른 ‘보호예수’ 기간도 끝났기 때문에 투자주체들은 ‘5%룰’(주식 대량보유 보고)을 피해 언제든 대량매도가 가능해진 겁니다. 
 
결과적으로 거래재개 직전 이엠앤아이가 발행한 주식 중 95% 가량을 최대주주와 투자주체들이 보유하게 됐습니다. 최대주주 등을 제외한 유동주식 1522만3114주 중 500~1000원 사이에 발행된 주식은 1400만주 가량이며, 현재 주가(3300원) 기준 최대주주와 투자주체들의 평가차익은 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됩니다.
 
전문가들은 거래정지 기간 진행되는 저가 유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거래정지 기간 발행된 유증 등은 이전 주가와 상관없이 발행가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정지 기간 낮은 발행가액으로 발행된 신주가 시장에 풀리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그만큼 희석될 수밖에 없다”며 “투자주체들의 차익 실현으로 수급이 몰리게 될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7월 거래가 재개된 비츠로시스(054220) 역시 거래정지 기간 발행한 시가 대비 저렴한 유증을 진행해 거래재개 이후 비츠로시스의 주가는 84.10% 급락한 902원(17일 기준)까지 추락했습니다.
 
한편 이엠앤아이는 지속된 주가 하락에 주주 달래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이엠앤아이는 최근 과도한 주가 하락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회사 경영과 사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리륨사업 추진 소식을 밝혔습니다. 이엠앤아이 관계자는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최근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고 OLED 소재 및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주가 하락과 관계없이 회사의 성장성은 자신할 수 있고 비츠로시스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최근 매도 물량과 관련해선 “과거 유증 등을 통해 발행된 주식이 전체발행대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다”면서도 “주주명부를 매번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어 매도자의 정보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이엠앤아이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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