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권 ‘사납금 없는 택시협동조합’ 증가…고용승계·임금체납 등 내홍 계속

양주·용인 등 노사갈등 이어져
공적영역 확대 목소리도…경기도 "불가능"

입력 : 2023-02-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경기지역 택시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에 택시협동조합 설립으로 눈을 돌렸지만 고용승계란 벽에 막혀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1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택시협동조합은 2020년 동두천을 시작으로 용인, 남양주 등 9곳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경기지역에선 총 450대가 조합으로 인가돼 360대가 운행 중입니다.
 
도내 택시협동조합은 기사 개인이 출자금을 내 조합원이 되고, 조합의 수익을 배당으로 나눠 갖는 구조로 운영 중입니다. 경기지역의 출자금은 최소 500만원부터 최대 5000만원의 수준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일반 법인과 달리 조합에는 최소한의 금액만을 내고, 나머지는 모두 조합원이 갖게 됩니다.
 
택시 기사…사납금 떼면 최저임금
 
그동안 택시 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기사의 월급에서 공제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택시를 운행할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이에 택시업계에서는 '사납금 없는 택시'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고, 2015년 '사납금 없는 택시협동조합'이 생겨났습니다. 이후 택시 노동자들은 사납금 없이 출자금으로 운영하는 택시협동조합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1호 택시협동조합 쿱(coop)이 바로 택시 노동자들의 요구였습니다. 출범 이후 택시 기사들은 2500만원의 출자금을 내고 조합에 가입했습니다. 수익 구조는 조합원들이 수입 전체를 회사에 납부하고, 월 단위로 정산하는 정액관리제로 운영됐습니다.
 
그러나 택시 노동자들의 요구로 이어진 택시협동조합 쿱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조합 내부 갈등과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해 지난해 초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같은 선례에 따라 일각에서는 택시협동조합을 바라보는 우려섞인 시선이 나옵니다.
 
지난해 1월 4일 서울 마포구 한국택시협동조합에 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택시협동조합 '고용승계' 두고 노사갈등
 
택시협동조합을 둘러싼 갈등은 경기도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양주시 A업체는 2021년 임금 관련 소송으로 법인택시 운영이 어려워지자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택시 50대를 조합에 양도했습니다. 사측은 기사들에게 사직을 권고했고, 노조는 상당수의 기사들이 경력단절로 개인택시면허를 받을 수 없다며 전원 고용 승계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노조원들은 "조합원이 되지 못하면 수년의 경력이 사라지게 된다"며 "택시노동조합 전환과 함께 노조원 전원을 고용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수개월을 거친 뒤에야 봉합됐고, 현재 양도한 50대 중 31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용인 B업체도 비슷한 이유로 설립 초기부터 암초를 만났습니다. 지난해 초 임금 체납이 있는 상태에서 회사를 파산하고 105대의 택시운송사업 면허를 택시협동조합에 양도했지만, 노조원들은 임금 지불없이 기사들을 무단해고 하려는 목적이라며 연일 집회를 여는 등 강경 대응해왔습니다.
 
해당 업체는 105대의 택시 중 기사 부족으로 40여대만 운행해 왔고, 코로나19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사측은 전 직원에 정리해고를 통보하고, 105대의 면허를 택시협동조합에 양도했습니다.
 
이러한 내홍은 비단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부산과 경산, 구미, 원주시 등 타 지자체에서도 택시노동조합 설립 시 고용승계가 제대로 합의되지 않아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서울역 택시승강장에 택시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택시산업, 공적영역 추진 의견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버스와 같이 택시산업을 공적 영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경기도는 2020년 경기도형 택시협동조합설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연구용역은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버스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철도와 달리 택시는 민간에 의해 공급되는 만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뒤 택시산업을 공적 영역으로 끌고 와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택시협동조합을 지원할 법적 근거도 없거니와 협동조합 역시 택시 업체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적 영역으로 끌고 오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경기도 역시 택시협동조합은 민간의 영역인 만큼 공공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기에 사실상 경기도형 택시협동조합 설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입니다.
 
택시 노동자들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추진된 택시협동조합이 노사 갈등과 고용승계라는 난관을 뚫고 택시업계의 새로운 바람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0일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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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