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국민의 공분을 산 마일리지 개편안을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개악(改惡)이라 꼬집었던 부분이 장거리 항공권 발권에 필요한 마일리지가 종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인만큼, 이 부분을 어떻게 손 볼 지가 관건입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1일부터 마일리지 개편안을 시행키로 했던 대한항공이 개편안에 대한 전면적 수정에 들어갔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여당의 연이은 작심 비판에 따른 조치로 해석됩니다.
인천~뉴욕 최대 5만5천마일 더 필요
개편안 골자는, 현행 ‘지역별’에서 ‘거리별’로 마일리지를 차감하겠다는 것입니다. 가령 인천~뉴욕 편도 기준 이코노미 좌석 발권에 필요한 마일리지는 종전 3만5000마일에서 4만5000마일로 1만 마일이 더 필요합니다. 프레스티지석은 6만2500마일에서 9만 마일로 2만7500마일이 차감됩니다. 일등석의 경우 8만 마일에서 13만5000마일로 5만5000마일이 더 필요합니다.
뉴욕과 마찬가지로 인기 노선인 인천~LA 노선 역시 마일리지 차감률이 높아집니다. 일반석은 종전 3만5000마일에서 4만 마일로 5천마일이 더 필요하고, 일등석의 경우 8만 마일에서 12만 마일로 변경되기 때문에 4만 마일이 더 공제됩니다. LA와 뉴욕을 두고 볼 때, 최소 5000마일에서 최대 5만5000마일이 더 공제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대해 대한항공은 인천~뉴욕이 포함된 9개 구간 노선을 운항 중인 외항사과 비교하면 마일리지 공제폭이 낮다고 설명합니다.
(표=뉴스토마토)
실제 인천~뉴욕과 동일 구간인 인천~댈러스를 운항하고 있는 아메리칸항공의 일반석 발권 시 필요 마일리지는 12만~13만8000마일이며, 비즈니스석은 59만4000마일입니다.
대한항공은 또, 인천~후쿠오카 등 중·단거리 노선 이용 시 마일리지가 종전과 비교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천~후쿠오카는 종전 1만5000마일에서 1만마일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네이버 여행 커뮤니티에는 “단계적으로 조금씩 퍼센티지를 올려야지 한 번에 올리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마일리지는 모으기 힘든데 쓰기는 더 어렵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면서 소비자들 설득에는 실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장거리 노선 공제율 범위 조정이 관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제율 범위를 조정하지 않고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편안이 고객 편의를 위한 게 아니라 대한항공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돼 불만을 초래했다”며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국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20년 만에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제율 범위에 손을 대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더욱이 마일리지는 국제회계기준상 부채로 잡히는데, 공제율을 지금 보다 축소하면 부채가 줄어드는 회계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개편안을 통해 마일리지 사용량이 늘면 그만큼 부채가 줄어 회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공제폭을 줄인다면 사용량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에 부채가 준 회계 효과도 보기 어렵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차감 범위를 정할 때는 복합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며 “대한항공의 경우 수년에 걸쳐 마일리지 차감 공제 범위를 확대했을 것으로 보여, 범위 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 보다는 마일리지 보너스 좌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손을 보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대한항공은 “현재 마일리지 관련해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9년 12월 이번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시행을 앞두고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도입 시기를 올해 4월로 유예했습니다.
대한항공 B787-9. (사진=대한항공)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