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출석 선 그은 이재명 "강도·깡패 날뛰는 무법천지"(종합)

당 대표 사퇴론 대해 "생각만 하면 정상적 사회 아냐…지금 말하기 부적절"
윤석열정부 향해 "법치 빙자한 '사법 사냥'…지배 난무한 야만의 시대"
"같은 수사 내용 재탕·삼탕 이뤄지며 새로운 일처럼 조작·왜곡 발생"

입력 : 2023-02-23 오후 12:49:27
이재명(왼쪽에서 두 번째) 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자신을 향한 검찰의 구속영장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결백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승자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정권이 벌이고 있는 일들은 제 최대치의 상상을 벗어나고 있다"며 이번 수사의 배후에 윤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약 1시간 넘게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성남FC 후원비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적시된 검찰 구속영장을 모두 반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전날 검찰의 구속영장 관련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습니다.
 
그는 "검찰이 저를 소환 조사한 이유는 자백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고, 증거를 제시하고 설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증거를 보여주며 설명해 보라고 하는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제가 검찰에) 있으면 증거를 제시해 보라고 했는데 못했다"며 "앞으로 윤석열정권이 하고 싶은 일은 결국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구치소에 갇혀 대기하는 모습, 또는 수갑 찬 이재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향후 검찰의 '쪼개기 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 "무도한 세상이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모든 가능한 경우를 예상해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내용이 적힌 메모장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체포동의안 표결과 상관없이 구속영장심사에 자진 출석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선 당시 이렇게 무도한 검찰 권력의 남용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처럼 없는 사건을 만들어 조작하는 것을 대놓고 할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며 "모두 규칙을 지키고 예측 가능한 사회에서는 담장도 없애고 대문도 열어놓고 하는 게 맞지만,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 상황이 참으로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며 우회적으로 그럴 뜻이 없다고 했습니다. 
 
당 안팎에서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당에는 다양한 사람이 많다"며 "생각만 한다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재판에 나가면 사퇴를 고려할 것이냐는 물음에 "가정적인 상황에 대한 질문이라 지금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현 사법리스크가 내년 총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경을 넘어 오랑캐가 계속 침략하면 격퇴해야지 오랑캐 자체를 회피할 방법은 없다. 그게 정치의 한 과정으로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검찰리스크"라며 "정당한 권력 행사가 아니라 부정한 목적에 의한 검찰권 남용이다. 검사독재정권의 무도한 폭력적 지배가 일시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코 국민이 용납하거나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정부와 검찰을 향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년간 같은 내용이 여전히 재탕·삼탕이 이뤄지면서 뭐가 새로운 일이 있는 것처럼 조작·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은 국민에게 고용된 일꾼이지 지배하는 통치자가 아니다. 주어진 권력을 사적 이익, 정적제거, 권력 강화를 위해서 남용하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저는 윤석열정권과 국민의힘을 보면 이분들이 하고 싶은 게 뭔지 궁금할 때가 많다. 국민의 고통을 덜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민생·경제·안보 문제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어떻게 하면 권력을 강화할까, 권력을 남용해 사적 이익을 취할까 골몰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짧은 국회의원 생활을 하면서 여당으로부터 '이런 사업을 하자', '저런 정책을 하자'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반대로 야당이 다수당으로서 책임지고 하려는 일을 발목 잡고 있다"며 "야당을 발목 잡는 여당,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흔치않은 장면"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현 상황에 대해 "법치를 빙자한 '사법 사냥'이 일상화되고 있다. 어제 강진구 기자의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며 "많은 정치적 탄압을 봤지만, 보도를 이유로 압수수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재청구한 것을 본 적이 없다.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가고 있는 폭력의 시대로,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한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고 한탄했습니다.
 
윤석열정부를 향해 "(권력이) 영원할 거 같지만, 정권과 권력은 길지 않다. 친구 사이에서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을 하지 않느냐"며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고, 나중에 후회·회한 생길 일보다는 보람 있는 삶을 찾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씀드린다"고 충고했습니다.
 
김광연·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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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