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순탄치 않았던 2월 정국의 여파가 3월에도 고스란히 번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건희 여사와 이른바 ‘50억 클럽’ 특별검사(특검) 논란, 무속인 ‘천공’ 의혹으로 충돌했던 여야는 같은 주제로 3월 임시국회에서도 양보 없는 공방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몫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선출안이 부결, 정국은 더 얼어붙을 전망입니다.
정의당에 달린 김건희 특검…야권 공조 분수령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정국을 흔들 변수 가운데 하나는 소위 ‘쌍특검’의 핵심축인 ‘김 여사 특검’입니다.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의 당위성을 내세우는 데 열중하는 한편, 김 여사 특검에 부정적인 의사를 드러낸 정의당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김 여사 특검으로 가리려고 한다며 결사반대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해 9월 당론으로 발의됐고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김 여사 특검과 관련한 권한을 지도부에 일임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패스트트랙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는 것이 유리합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에서는 김 여사 특검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이를 우회한다는 전략인 셈입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숙제는 정의당의 마음을 돌리는 겁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만으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기 어려우니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의당은 이런 민주당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169석인 민주당으로서는 정의당(6석)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다만 정의당이 김 여사 특검 반대에서 찬성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열어둔 점은 민주당으로서 호재입니다. 이은주 정의당 대표는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이 김 여사 소환조사를 거부한다면 정의당은 입법부 일원으로서 이 수사를 진척시킬 판단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이 대표는 그간 내세워온 50억 클럽 특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서, 이를 고리로 민주당과 김 여사 특검까지 협력 전선을 넓힐 여지도 있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주호영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급력 큰 '천공 의혹'…3월 정국 흔든다
다음 달 여야의 격전지 가운데에서도 주목되는 무대는 국회 운영위원회입니다. 대통령실이 운영위의 피감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 이어 다음 달에도 운영위에서 대통령실 업무보고와 현안질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전망입니다. 운영위를 정치 공세의 장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국민의힘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배경입니다.
2월 임시국회에서도 민주당은 김 여사와 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대통령실을 상대로 업무보고를 진행해야 한다고 줄곧 요구했습니다. 반면 여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대통령실 등의 업무보고를 위한 운영위를 연 사례가 없었다며 반대했습니다. 이에 지난 22일 운영위에서는 법안 심사만 이뤄졌지만, 여야는 신상발언을 통해 김 여사와 천공 의혹을 놓고 대립한 바 있습니다.
국방부와 육군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방위원회에서도 다음 달 천공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달 정무위에서도 여야 사이에 천공 논란이 불거졌던 점을 고려하면, 다른 상임위에서도 샅바싸움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월부터 거듭된 난항이 다음 달로 이전되는 데 더해,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2기 진실화해위 추천 인사인 이제봉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의 선출에 무더기 반대표를 던지면서 3월 임시국회는 더 심각한 블랙홀에 빠져들 것으로 보입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