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의 반도체 공급전략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업계의 감산 신호에도 비감산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경계현 사장은 삼성전기 대표 시절에도 확장전략으로 성과를 낸 바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부문별 대표 체제라 특정 부문에서 실적 부진을 감수하는 전략적 경영이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키옥시아 등 메모리 제조사들이 감산전략을 밝히며 경쟁사에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메모리 시장이 공급 과점구도인 만큼 수익성 보전을 위해 가격경쟁을 자제하자는 신호를 은연 중에 보내는 것입니다. 지난 4분기 SK하이닉스의 경우 적자전환하는 등 과점구도 속에도 실적 부진을 겪는 메모리 제조사들 입장에선 감산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그 속에 삼성전자만 비감산 공격경영 기조를 고집하며 반도체 칩 수요자 입장에선 일종의 메기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감산에 대한 타협을 거부하며 메모리 시황은 지난 4분기 이후 역사적인 하락 폭을 보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에도 치열한 가격전략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덕분에 삼성전자 재고가 소폭 하락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4분기 삼성전자 재고는 52조1879억원으로 전분기 57조3198억원보다 줄었습니다.
재고부담을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삼성전자는 일종의 굳히기 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 및 설비 재배치,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증가 계획을 밝히자 시장에선 애써 자연적 감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경계현 사장이 직접 나서 부정했습니다. 그는 이달 초 DS부문 임직원 대상 설명회에서 "업계의 투자 축소 움직임을 인식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축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강조했습니다.
2021년말 사장단 인사로 삼성전자에 부임한 경계현 사장은 직전 삼성전기 대표 시절에도 확장전략, 성장전략으로 성과를 낸 바 있습니다. 이러한 공격적인 경영스타일과 호실적 성과를 인정받아 삼성전자에 부임한 것입니다. 경계현 사장은 특기를 살려 삼성전자도 후발주자로부터 초격차 경쟁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비칩니다.
다만 삼성전기 부임 시절과 달리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 대표 체제라 독자적인 전략을 고수할 만큼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때론 경쟁사를 밀어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가격경쟁을 벌일 필요성도 있다”면서도 “삼성전자의 경우 부문별 대표 체제라 실적 부진도 감수하는 과감한 공격전략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크게 반도체, 가전, 모바일 3개 사업부문에서 특정 사업부문 실적부진이 해당 사업 전문경영인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시각입니다.
지난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로 샤오미 등 중국 모바일 제조사들이 실적 타격을 입었고 삼성전자도 중국향 매출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중국이 봉쇄조치를 풀었지만 시장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점쳐집니다. 올해도 모바일 D램 부문 공급과잉이 해소될지 여부에 대해 시장 관측은 보수적입니다.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상승 전환했을 때를 겨냥해 공격전략에 베팅한 경계현 사장이 반전 성과를 거둘지 주목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