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다올인베 인수)②VC 업황 안좋은데 잘될까?

VC 규모 감소 속 우리금융 시너지 주목

입력 : 2023-02-2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다올투자증권(030210)이 보유한 다올인베스트먼트(298870) 지분 52%를 2125억원에 인수합니다. 인수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40% 넘게 부여한 수준입니다. 최근 3년간 이뤄진 벤처캐피탈(VC) 매각 평균 프리미엄인 17%와 비교해 두배 이상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VC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가 비금융계열사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무리한 인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올인베, 2125억 여전히 고평가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다올금융그룹은 계열회사 다올인베스먼트 매각을 위해 우리금융지주와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습니다. 매각 대상은 다올투자증권(030210)이 보유한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 52%이며, 매각금액은 2125억원입니다. 
 
당초 시장에서 언급됐던 최고가인 3000억원과 비교해 가격이 크게 낮아졌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고평가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해지면서 VC 업계도 업황 악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반면 다올인베스트먼트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과거 VC들의 인수와 비교해 다소 높게 책정됐기 때문입니다. 
 
매각가 2125억원을 기준으로 다올투자증권의 순자산 기준 경영권 프리미엄은 40%를 넘어섭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순자산(2857억원) 기준 지분 52% 가치는 1485억원. 매각가 2125억원을 기준으로 다올투자증권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43.10%입니다. 이는 2020~2022년 최근 3년간 이뤄진 VC 매각(평균 17%)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된 값입니다. 
 
우리나라 1세대 벤처캐피탈인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업계 5위권의 VC입니다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무리하게 인수에 뛰어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합니다.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고평가 논란이 향후 진행될 우리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섭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중장기적으로 증권업, 벤처캐피탈, 보험업에 진출해 비은행 부문 비중을 3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혁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기존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따른 소요자금은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면서 “비은행 부문 확대 추진을 감안하면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지속될 전망으로 비은행 계열사 인수 관련 자금 수요 지속으로 재무레버리지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VC, 업황 악화에 고전…"VC 규모 전세계적 감소"
 
VC 업계는 최근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국내 금리도 빠르게 상승했고, 펀딩 시장 역시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민간투자 자금이 대부분이 안전사산인 채권으로 쏠리면서 VC 역시 자금이 마르고 있습니다. 
 
미국 VC 업계는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금액이 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금융투자정보업체 프레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 VC의 신규 자금 모집액이 206억달러(약 26조70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한 수치로, 4분기 기준으로는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VC가 운용하는 펀드 수도 226개로, 전년 동기(620개)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국내 VC들 역시 어렵긴 마찬가집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국내 VC의 투자금액은 1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5% 감소했습니다. 
 
송재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의 경우 타지역보다 큰 폭 감소했다”며 “신규 유니콘 기업 수도 VC 시장 침체 영향으로 증가 속도가 감소하며 VC 시장 내 벤처기업 가치 하락 및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C들은 주로 비상장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향후 회사가 성장했을 때 투자금을 회수하는데요. 올해는 기업공개(IPO)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VC들의 자금회수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국내증시에서 상장을 철회한 곳은 컬리,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오아시스 등 총 5곳에 달합니다. 잇달아 무산된 IPO에 자금을 회수해야하는 벤처 업계에도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최근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의 경우 앞선 프리IPO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낮아졌습니다. 앞서 최근 상장을 철회한 오아시스의 경우 프리IPO에서 1조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요. 기관 수요예측에서 수요가 몰린 2만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을 경우 기업가치는 6300억원에 불과합니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초 시장에서 언급되던 가격(3000억원)과 비교하면 가격이 많이 내려갔지만, 벤처캐피탈(VC) 업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4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여전히 높아 보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다올투자증권과 다올인베스먼트 인수를 위한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경영권 지분 52%에 대한 인수금액은 2125억원이다. (사진=우리금융지주)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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