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최근 여의도,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 사업장들이 초고층 아파트 건립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입니다.
그간 서울 재건축 단지는 각종 규제에 묶여 이렇다 할 사업 진척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시 경관을 향상시키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는 등 도시정비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재건축 단지들의 초고층 추진 움직임도 그만큼 빨라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침체 흐름이 이어지고 상황이어서 초고층 재건축이 추진되기에 현재 시기가 적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 자연스레 건설사들의 일감을 늘리고, 공급이 넉넉지 않은 서울 주요 지역에 물량 숨통을 틔우는 효과도 기대됩니다.
다만 재건축을 통한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는 데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 내 과밀화 현상이 심화하고, 조망권 등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습니다. 또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도 엮여 초고층 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에 의문부호가 따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추진 계획 비교 표. (제작=뉴스토마토)
여의도 재건축 추진 단지 줄줄이 초고층으로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지난 1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따른 정비계획안 신청서를 영등포구청에 제출했습니다.
정비계획안에는 최고 높이 250m, 용적률 500%를 적용한 총 1550가구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층수로 환산하면 약 60층 가까이 됩니다.
여의도동 '대교아파트'는 지난달 24일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획득했습니다. 추진위는 서울시의 신통기획을 통해 연내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사업에 최고 59층의 초고층 아파트 건립 추진에 나섭니다.
강남·목동 재건축 단지들도 사업 속도
강남권에서도 주요 재건축 바로미터 단지들이 속속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지구단위계획 지형도면 등을 확정·고시했습니다. 고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현재 28개동 4424가구 규모에서 최고 35층, 31개동, 5778가구(공동주택 678가구)로 바뀔 예정입니다. 하지만 추진위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초고층 건립 허용을 근거로, 법정 상한 용적률 299.9%를 넘어 조합 설립 이후 50층 이상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대치동 인근의 '미도아파트' 역시 신통기획을 통해 현재 2436가구 규모에서 재건축을 통해 최고 50층, 3800가구 규모로의 탈바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양천구 목동 및 신정동 일대의 '목동신시가지아파트'도 초고층 재건축의 길이 열렸습니다. 이달 1일 서울 양천구청은 공동주택 안전진단 자문 회의를 열고 지난 1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던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2·4·8·13단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목동신시가지아파트 전체 14개 단지 중 9단지와 11단지를 제외한 12개 단지가 안전진단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이들 단지는 '35층 룰' 폐지로 초고층 건립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거래는 많지 않아…토허제 해제 여부가 관건
다만 현장에서 실제 거래는 많지 않다는 평입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부가 재건축 시장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과열 지역의 투기를 막기 위해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시, 사전에 관할 지역 시장,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땅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여의도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일대 재건축 급매를 찾는 수요층이 있긴 한데, 급매가 사라졌다.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상황"이라며 "내달 26일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할 지도 관심사다. 만약 이 규제가 풀리고, 금리 인상도 더뎌진다면 재건축 매수 문의가 증가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은마아파트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은마아파트의 경우 고점 대비 7억원 정도 떨어진 매물만 거래가 몇 건 있을 뿐 대체로 매수자들이 꼼짝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거래 절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거주도 해야 하고,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초고층 아파트 우후죽순…도심 과밀화·교통체증 등 우려
초고층 재건축 단지가 우후죽순 들어서는 데 대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초고층 건물이 상업 시설과 혼재돼 있다면 일자리 확대로 부가가치가 높아지지만, 단순히 용적률을 올린 주거지역 초고층화의 경우 기여하는 부분이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특히 개발이 용이한 곳은 초고층 지역으로 거듭나 그곳에 부를 집중시키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도 문제가 되는 서울 내 과밀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고, 교통 체증 등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조합은 사업성을 위해 초고층을 선호할 수 있겠지만, 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롭게 이뤄져서 살아가는 곳이다. 개발 방향이 한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지도 의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신통기획을 통한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재건축 시장의 활성화에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신통기획 만으로 공급 확대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