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수장 신수정 대 임헌문 압축…당정 '구현모 키즈' 결사반대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격" 여당 공세에 윤경림 발목…대통령실도 지원 사격
정치권 낙하산 인물 배제되자…당정, 선임 절차 노골적 개입 비판도

입력 : 2023-03-03 오후 4:29:01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 자리를 두고 4파전이 벌어진 가운데,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과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의 경쟁으로 판이 압축되는 모양새입니다.  
 
당정은 연일 '구현모 키즈' 반대를 외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선임 절차에 개입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KT(030200)이사회는 오는 7일 KT를 이끌 차기 대표이사 후보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1인 후보를 확정할 예정인데요. 면접 대상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신수정 현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윤경림 현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입니다.
 
이들 모두 KT맨들인데 크게 OB(박윤영, 임헌문)와 YB(신수정, 윤경림)로 나뉩니다. KT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신 부문장과 임 전 총괄로 경쟁이 압축되며 OB, YB 대결 구도가 형성될 전망입니다. 이 관계자는 "윤 부문장이 리스크로 인해 구설에 올랐고 여기에서 또 구현모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제외하면 4명 후보 가운데 그나마 용산 대통령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은 임 전 총괄 정도"라고 평했습니다.
 
(왼쪽부터)신수정 현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진=KT)
  
당초 윤 부문장은 구현모 현 KT 대표와의 인연으로 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윤 부문장은 황창규 전 KT 회장이 미래융합사업추진실을 만들 때 CJ그룹에서 영입한 인물입니다. 이후 2019년 현대자동차로 회사를 옮겼지만 2021년 구 대표의 제안으로 KT에 다시 복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권의 문제 제기로 인해 윤 부문장은 발목을 잡히게 됐습니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현모 대표는 친형의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 그룹에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고 당시 현대차 윤경림 부사장은 이를 성사시킨 공을 인정받아 구현모 체제 KT 사장으로 2021년 9월에 합류했다는 구설수도 있다"면서 "윤 사장은 현재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맴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이사회는 이를 무시하고 윤경림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검찰과 경찰은 구 대표와 그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하고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쉽코드를 발동해 국민의 기업인 KT가 특정 카르텔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엄단 대책을 촉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도 지원 사격에 나섰는데요. 지난 2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민생에 좀 영향이 크고, 표현이, 주인이 없는 회사라고 할지, 그런 기업들, 특히 대기업은 어떤 지배구조가 굉장히 중요한 측면이 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게 안 되면 조직 내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결국 손해는 우리 국민이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서울 광화문 KT 모습. (사진=뉴시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정이 자신들이 밀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김기열 전 KTF 부사장 등이 면접 대상자에서 잇따라 배제되자 노골적으로 선임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KT 정관을 살펴보면 정치 쪽에서 올 수 없도록 돼있다"면서 "(당정이) 자신들이 밀던 인물을 꽂고 싶었으나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안 되니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전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 2009년부터 2010년 5월까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MB맨입니다. MB맨은 윤석열정부 구성의 한 축으로 꼽히는데요. 이 때문에 윤 전 장관이 차기 KT 대표로 유력하다는 설까지 돌기도 했습니다. 여권에서 밀었던 또 다른 인물인 김 전 KTF 부사장은 기독교계 원로인 김장환 목사 조카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ICT희망본부장으로 활동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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