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무속인 천공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고 일선 기자들을 고발하는 것,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에 대한 국군방첩사령부의 압수수색 등을 보면서 '이 정부가 과거의 권위주의로 돌아가는구나, 이 정부가 다시 민간인 사찰을 하는구나' 라고 많이 느끼게 된다."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는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긴급 토론회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에서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당한 심정을 이같이 전했습니다.
본지 최병호 기자가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긴급 토론회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월2일 본지는 부 전 대변인과의 인터뷰,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해 지난해 3월쯤 천공,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 '윤핵관' 모 의원이 용산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의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관련 보도와 부 전 대변인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지 기자 3명과 한국일보 기자 1명, 부 전 대변인 등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했습니다.
피고발 당사자인 최 기자는 이날 토론회에서 "통상적으로 언론사에 법적 대응을 할 때는 편집국장 등 보도 책임자에게 고소·고발을 하는데, 현장 기자들에 대해서만 고발한 것은 기자들을 위축시키고 자기 검열에 빠트리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며 "민간인이 된 부 전 대변인은 고발장도 받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방첩사로부터 25시간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발 효과가 있었는지 천공 관련 본지 후속보도에 대해서는 타 매체의 인용보도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날 긴급 토론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당시 지인을 파헤쳤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최근 벌금형을 선고받은 UPI뉴스 송창섭 기자도 참석했습니다. 송 기자는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 친구'를 취재하던 지난 2021년 10월 회사 동료 기자 1명과 동부산업 대표 사무실을 2차례 방문했다가 동부산업으로부터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됐습니다. 그리고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월15일 송 기자 등에게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송 기자는 "2차 방문에서 직원 사무실 방문은 무죄, 대표 사무실 방문은 유죄를 받았다"며 "법원에서는 공익적인 보도를 전혀 인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방문했을 때 직원의 퇴거 요청이 없었다"며 "대표 사무실과 직원 사무실 사이에 열고 들어갈 가림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뻥 뚫어진 공간을 확인했을 뿐인데 이를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 해석하고 유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1심 끝나고 항소심부터 상고심까지 간다면 대략 1년 정도 소모될텐데 심적 부담이 적지 않다"며 "인터넷 언론사에게는 법률 비용이 상당해 경영진도 민감한 기사는 쓰지 마거나, 타협하거나 내리게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현 정부의 고소·고발 남발이 야기하는 언론 자유 위축이 권위주의 회귀로 이어진다는 우려는 토론회 내내 이어졌습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언론중재위원회 등 피해 구제 조치를 전혀 거치지 않고 바로 고소·고발하는, 그래서 언론을 옥죄고 위축시키는 이런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무려 50년 전에 외쳤던 '언론자유' 이야기를 지금 또 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시 언론자유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긴급 토론회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발제를 맡은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도 "윤석열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내세우지만, '법의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를 행하고 있다"면서 "검찰과 경찰, 사찰을 통한 언론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정권 시기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