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한화생명(088350),
동양생명(082640) 등 유동성이 시급한 보험사들이 저축은행 판매를 늘리면서 재무건전성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새 회계제도에서는 저축성보험이 보험사의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이 지난해 저축보험을 공격적으로 판매하며 지난해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 중 저축보험 APE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보장성보험 APE 비중은 감소했습니다. APE는 한 해 거둬들인 보험료 수입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것으로, 그 해 보험영업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저축보험 판매를 늘리고 보장성보험 판매를 줄이는 것은 새 회계제도인 IFRS17하에서는 불리한 전략입니다. IFRS17에서는 저축보험의 경우 부채로 계산되고, 보장성보험의 경우 핵심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높입니다. 새 회계기준에 대응한다면 저축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려야 하지만, 생보사은 지난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정반대 전략을 썼습니다.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의 전체 신계약 APE는 전년 대비 늘었지만 대부분 저축보험 APE의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APE는 전년(1조5730억원) 대비 5700억원 늘어난 2조1430억원이었습니다. 이 중 저축보험 APE는 5400억원으로 역시 전년(1490억원) 대비 3900억원 가량 상승했습니다. APE 상승분 가운데 69% 가량이 저축보험 APE 증가에서 비롯됐습니다.
동양생명의 경우 지난해 전체 APE는 8481억원으로 전년(5990억원) 대비 2490억원 늘었습니다. 이 중 저축보험 APE는 4752억원으로, 전년(1586억원)에 비해 3160억원 증가했습니다. 전체 APE 증가분보다 오히려 저축보험 APE 증가분이 컸던 것입니다. 이 기간 지난해 동양생명의 보장성보험 APE는 3512억원으로, 전년(3894억원)보다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저축보험 APE 비중은 26%로, 전년(10%) 보다 16%p나 늘어났습니다. 동양생명의 같은 기간 저축보험 APE 비중이 29%p 가량 늘어나며, 지난해 저축보험 APE 비중이 56.00%까지 대폭 증가했습니다. 반면 한화생명의 지난해 보장성보험 APE 비율은 전년 대비 7.92%p 줄어든 53.43%이었습니다. 동양생명의 작년 보장성보험 APE 비중은 41.41%로, 전년 대비 23.60%p 감소했습니다.
한화생명 2021년 및 2022년 APE 비교. (출처 = 각 사, 그래프 = 허지은 기자)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저축보험 판매를 늘리고 보장성보험 판매를 줄인 보험사에는 재무건전성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새 회계제도가 도입돼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잡히기에 문제가 되고, 수익은 줄어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일시납 저축보험 판매 수익으로 확보한 유동성 자금을 통해 투자수익을 낸다면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만 하지만, 현재 금융시장 환경에서는 높은 투자수익을 내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운용자산수익률은 전년 대비 0.30%p 감소한 3.25%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한화생명이 판매한 저축보험 확정이율(5.70%)보다도 수익률이 낮았던 것입니다. 동양생명 역시 전년 대비 0.87%p 하락한 2.66%에 그쳤습니다.
생보업계는 올해 보장성보험 중심의 판매를 통해 실적 개선을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재무건전성 확보보다는 시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 저축보험 판매를 늘렸다"며 "올해는 저축성보험 판매를 통한 수익이나 외형 확대 보다는 전반적 경제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올해 들어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은 보장성보험을 연속 출시하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올해 첫 상품으로 '한화생명 넘버원 재해보험 2301'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3일에도 'G1 건강종신보험'을 출시했습니다. 동양생명도 신년 첫 상품으로 '수호천사간편한알뜰플러스종신보험'을 선보이며 보장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동양생명 2021년 및 2022년 APE 비교. (출처 = 각 사, 그래프 = 허지은 기자)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