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꿀벌 집단 폐사에 뿔난 양봉농가들이 정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양봉전담팀'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담 조직 가능성은 희박해 난항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꿀벌이 양봉 산업뿐만 아니라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다양한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13일 정부와 한국양봉협회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조직의 양봉 산업 담당은 축사시설, 축산물 업무를 같이 맡고 있는 2명의 실무진이 하고 있습니다. 해당 축산경영과는 양봉 외에도 한우, 양돈, 낙농, 양계 등의 업무가 산재돼 있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양봉 농가들은 관련 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그 영향으로 양봉산업법상 시행계획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양봉협회 관계자는 "현재 담당자가 양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축산 등 여러 가지 다른 업무도 맡고 있다. 그러니 전문성과는 괴리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양봉산업법에서 5년마다 종합계획을 세우고 종합계획에 따라서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해 평가하고 피드백하도록 하고 있는데, 올해는 아직 세우지 않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거나 전담자가 없어서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인원이 한정돼 있어 부서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으며 당장 만들어 달라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체 양봉 산업을 생각한다면 전담팀이 필요하고 최소한 전담자라도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13일 정부와 한국양봉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에서 양봉 산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해당 과는 양봉 외에도 한우, 양돈, 낙농, 양계 등 업무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사진은 양봉농가 생존권 사수 대정부 투쟁위원회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꿀벌 집단 폐사 관련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양봉산업법 5조 3항은 '농식품부 장관은 종합계획의 추진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의견을 들어 매년 양봉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그 추진 실적을 평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해 6월 8일 양봉산업법에 따라 '양봉 산업 육성 및 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이 계획은 농가 경영 안정과 산업 발전 기반을 확충해 2026년까지 양봉 농가 소득 5000만원, 양봉 산업 규모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양봉 농가에서 현안이 있으니 조직이나 인원을 늘려달라고 하는데 현황이 있을 때마다 조직을 늘릴 수는 없고 최대한 기존 조직을 운영하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필요하다면 TF를 구성해 운영하거나 관련 기관들과 협조해서 협의체 같은 것을 꾸려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 꿀벌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복구 대책과 여러 지원책을 발표했고 이를 차근차근 실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농식품부는 물론 환경부, 산림청 등 다양한 부처로 구성된 국무총리 산하의 '꿀벌 살리기 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농식품부는 응애 방제 실패라고 하지만, 기후 변화, 밀원 수 부족, 살충제, 말벌 등 다양한 문제가 종합적으로 벌어져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꿀벌 문제가 복잡한 만큼 이를 철저히 관리하고 예방하는 전담팀의 존재는 필요하다. 하지만 농식품부 한 부처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벌이 수분 매개체로서 자연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산림청, 환경부 등 다양한 부처가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3일 정부와 한국양봉협회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조직의 양봉 산업 담당은 축사시설, 축산물 업무를 같이 맡고 있는 2명의 실무진이 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꿀벌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옥상 벌통에 꿀을 모으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