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권리 침해하는 ‘황금낙하산’ 주의보

올해 주총 포인트 '황금낙하산'에 주목
기업가치 관심 없고 경영권 방어에만 급급

입력 : 2023-03-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이는 일부 상장사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황금낙하산’ 조항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황금낙하산이란 대적 인수합병(M&A)로 회사의 경영진이 퇴임할 때, 기존 경영진에게 거액의 퇴직 위로금을 지급해 비용을 높이는 방법을 말합니다.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에는 효과적이지만,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케스피온 등, 경영권 분쟁 조짐 '황금낙하산' 펼쳐라
 
표=뉴스토마토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텔레필드(091440)케스피온(079190), 피씨디렉트(051380), 일성신약(003120), 엠게임(058630), 뉴지랩파마(214870) 등 6개 상장사가 정기 주총에서 황금낙하산 조항을 신설할 계획입니다.
 
이들 상장사들은 대부분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입니다. 케스피온의 경우 최대주주와 전 경영진 간의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입니다. 지난해 이승준 전 케스피온 대표(비프라우드 대표)와 최대주주인 이앤에스인베스트먼트(14%)의 공동의결권이 해지됐기 때문인데요.
 
현 경영진이 최대주주인 이앤에스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죠. 현재 케스피온은 지난 2021년 발행한 전환사채(CB)가 주식전환 중인데요. CB의 주식전환 가능수량은 발행주식총수의 19.98%에 달합니다.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최대주주의 지분율도 희석되고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죠.
 
일성신약은 지난해 창업주인 윤병강 명예회장의 별세로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던 곳입니다. 지난달 윤석근 일성신약 회장은 장외매수로 주식 19만주를 매입했는데요. 윤 회장의 지분율은 8.44%에서 15.59%로 늘었습니다. 당시 윤석극 회장 이복 여동생인 윤형진 전 상무(8.03%), 윤 회장 동생 윤덕근 상무(4.4%)의 지분율을 보유했죠. 업계에선 윤 최장의 지분 확보가 형제간 경영권 다툼을 대비한 조치로 해석했습니다.
 
최근 채권자들의 파산신청으로 거래가 정지된 뉴지랩파마 역시 경영권이 불안한 상황입니다. 뉴리랩파마의 경우 실질적 대주주로 알려졌던 곽모씨가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씨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후 뉴지랩파마는 알파온파트너스 등 채권자들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죠. 지난달에는 경영권 분쟁 소송(회계의 장부와 서류에 대한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도 제기했습니다.
 
황금낙하산, 기업가치 훼손 우려
 
황금낙하산 조항의 도입은 경영권 방어에는 효과적이지만, 결과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기존 경영진에게 과도한 퇴직금을 제공해 경영 정상화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올해 황금낙하산 조항을 도입하는 기업들 역시 적대적 M&A에따른 경영진 교체 시 통상수준의 수십배에 달하는 퇴직금을 책정했습니다. 정관변경이 통과할 경우 △케스피온은 적대적 M&A 등으로 대표이사 해임 시 퇴직금과 함께 퇴직보상금으로 퇴직금의 5배수를 지급해야 합니다. △피씨디렉트 20배의 퇴직보상금, △일성신약은 150억원의 보상금, △엠게임 20배 보상금 △뉴지랩파마 20억원 보상금, △텔레필드 100억원 보상금 등입니다.
 
이들 대부분의 기업이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퇴직보상금이 지금 될 경우 출혈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텔레필드의 경우 퇴직보상금이 작년 상반기 전체 매출액 규모를 뛰어넘습니다.
 
소액주주 뒷전…경영권 방어에 급급
 
상장사들이 기업가치나 소액주주의 권한은 무시한 채 경영권 방어에만 급급해 황금낙하산 조항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엔지켐생명과학(183490), HLB(028300), 노터스(278650), 아이센스(099190), 펩트론(087010), 라파스(214260), 퀀타매트릭스(317690) 등이 황금낙하산을 도입하거나 강화했는데요. 이중 엔지켐생명과학의 경우 회사의 잘못된 선택을 주주들에게 떠넘기고 대주주의 잇속을 챙겼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해 3월 대규모 유상증자 흥행에 실패하면서 최대주주가 KB증권으로 변경된 바 있는데요. 당시 엔지켐은 KB증권의 지분 블록딜과 경영권 위협을 우려해 거액의 퇴직보상금과 함께 상법상 요건보다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강화하는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했습니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는 지난해 주총 이후 70% 가량 급락했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황금낙하산은 소액주주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안건”이라며 “금전적 부담을 회사가 떠안으면서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는 황금낙하산과 함께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었습니다. 황금낙하산을 도입하는 6개 기업을 포함해 제놀루션(225220)나노신소재(121600), 테라젠이텍스(066700), 삼영엠텍(054540), 엘엠에스(073110), 코위버(056360) 등이 ‘초다수결의제’를 신설·강화할 예정입니다. 
 
앞선 관계자는 “최근 행동주의펀드를 비롯해 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경영권에 위협을 느낀 기업들이 경영권 강화를 위해 초다수의결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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