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해부)제2의 엔지켐생과학 사태 터질라…젠큐릭스 유증에 쏠린 눈

대주주 참여율 30%…실권주 22% 발생시 최대주주 변경
한투증권, 높은 실권 수수료로 리스크 헷지…주주는 뒷전
젠큐릭스, 주가하락에 유증 규모 축소…재무부담 확대

입력 : 2023-03-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젠큐릭스(229000)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젠큐릭스는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하는 유증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주가 약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유증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30%가량 줄었기 때문입니다. 유증 규모가 줄면서 젠큐릭스가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할 자금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더구나 채무상환을 위한 유증에서 최대주주의 저조한 참여율이 예상되면서 투자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젠큐릭스는 이번 유증에서 한국투자증권과 실권주 인수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청약률이 저조할 경우 최대주주가 한국투자증권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앞서 유증 흥행에 실패한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의 경우 최대주주가 변경된 바 있죠. 
 
채권자가 우선…유증에 대주주 참여율은 30%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젠큐릭스는 지난 6일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을 3060원으로 확정했습니다. 내달 10일 발행가액을 확정한 이후 12~13일 구주주 대상 일반 청약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유증으로 발행되는 신주는 647만4000주로 발행주식총수(698만7592주)의 92.65%에 달합니다. 유증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습니다.  
 
젠큐릭스의 자금조달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을 전망입니다. 유증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잔액인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죠.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실권주 인수금액 15%의 수수료를 받고 인수하게 됩니다. 자금 조달 규모는 줄겠지만, 청약 미달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죠.
 
다만 일각에선 젠큐릭스가 회사의 재무 부담을 주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젠큐릭스의 주요 채무자가 유증을 주관하는 한국투자증권인 데다, 최대주주의 청약참여율도 저조하기 때문이죠.
 
젠큐릭스는 이번 유증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 중 30억원을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을 갚는 데 사용할 예정입니다. 차입 당시 유상증자 대금 납입 2거래일 이내에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조건을 걸었죠. 결국 차입금을 빌려준 증권사가 채무관계에 있는 상장사의 유증 주관사로 참여해 유증 이후 빌려준 돈을 받는 식인데요. 증권사 입장에선 이자수익과 함께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줄이고, 유증 관련 각종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젠큐릭스 최대주주의 저조한 유증 참여율도 차입금 상환의 책임을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젠큐릭스 최대주주인 조상래 대표는 이번 유증에서 보유지분의 30%만 청약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보유지분의 120%까지 초과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책임 경영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유증에서 최대주주의 청약은 회사의 책임 경영과 성장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며 “채무상환이 주목적인 유증에서 최대주주의 청약률이 저조하다면 투자자들에게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 퇴색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권주 22% 발생시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도
 
유증에서 청약률이 저조할 경우 최대주주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총 647만4000주로 젠큐릭스 발행주식총수(666만8588주)의 92.65%에 해당합니다. 최대주주가 30%의 청약을 할 경우 조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15.93%(111만2911주)에서 10.57%(142만2244주)로 감소하게 됩니다. 반면 발행예정 신주의 22%(142만4280주)만 미달이 발생해도 잔액인수 조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됩니다. 엔지켐생명과학 역시 유증 청약 미달로 최대주주가 KB증권으로 변경된 바 있죠. 유증 규모가 큰 만큼 향후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도 높습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유증 자체가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채무상환을 위한 자금조달은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유증 발행 규모가 클 경우 오버행 이슈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가하락에 유증 규모도↓…재무 부담 확대
 
젠규릭스 주가는 지난 1월16일 공시 이후 전일까지 총 36.28%하락했는데요. 유증 규모가 줄면서 젠큐릭스의 재무 부담도 커질 전망입니다. 1차 발행가액인 3060원은 지난 1월 예정발행가액인 4325원 대비 29.25% 낮은 수준. 이에 유증 규모 역시 280억원에서 198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주가가 더 하락할 경우 조달 금액이 더 감소할 수도 있죠.
 
당초 젠큐릭스는 이번 유증으로 조달하는 자금 중 130억원을 5회차 전환사채(CB)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대응에 사용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자금 조달 규모가 감소하면서 5회차 CB의 풋옵션 대응에는 60억원, 단기차입금 상환에 3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채무상환 외에 2~3순위로 뒀던 연구개발(R&D)과 운영자금 역시 줄었죠.
 
CB 풋옵션 대응 자금이 60억원으로 줄었지만, CB는 전액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주가와 CB 전환가액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죠. 젠큐릭스는 분자진단 기업으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했습니다. 상장 이후 진단키트 테마를 타며 2만원대의 주가를 유지했죠.
 
CB의 경우 총 180억원 규모로 발행됐는데요. 당시 발행가액은 2만5050원 최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는 최초 발행가의 80% 수준인 2만5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CB의 주식 전환가능 시점이 도래한 작년 6월 주가는 7000원 수준까지 떨어졌고, 주식전환이 힘들어졌죠. 지난 13일 젠큐릭스의 종가는 3730원. CB투자자들이 주식전환을 통해 수익을 보기 위해선 주가가 400% 이상 올라야 합니다.
 
5회차 CB 규모 180억원은 젠큐릭스의 시가총액 249억원의 72.29%에 달합니다. 이전상장 이후 영업손실을 지속하는 젠큐릭스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젠큐릭스는 누적된 영업손실로 부채와 결손금이 확대되고 있는데요. 작년 3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는 95억원으로 전년 말(310억원) 대비 급감했습니다. 부채와 결손금이 계속 늘어날 경우 자본잠식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입니다.
 
CB의 풋옵션 행사는 오는 6월8일부터 가능합니다. 젠큐릭스가 자금조달을 서두르는 이유죠.
 
한편, <뉴스토마토>는 젠큐릭스의 유증 및 자금조달 관련 문의를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질 않았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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