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조항 없다는 '유럽판 IRA' 초안…리스크는 '현존'

EU 집행위 원자재·탄소중립법 초안 발표
중국 의존도 낮추고 친환경 인프라 구축 불가피
산업부, 이번주 기업 간담회 열고 대응책 모색

입력 : 2023-03-20 오전 5: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유럽연합(EU)이 유럽 내 공급망 안정을 강화하는 '유럽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안 초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정부는 법 초안을 들어 유럽 외 국가에 대한 차별조항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관련 인프라를 키우는 성과가 위기 요소를 줄일 수 있는 비책이 될 전망입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EU의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는 오는 22일 관련 기업들과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핵심원자재법은 EU 내 원자재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목표입니다. 특히 EU의 '전략 원자재' 소비량의 65% 이상을 특정한 제3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전략 원자재는 배터리용 니켈을 비롯해 영구자석용 희토류 등 16가지로, 이들 원자재에 대한 EU의 중국 의존도는 9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법안인 셈입니다.
 
또 2030년까지 원자재 소비량의 10%를 EU 내 채굴, 40% 가공, 15% 재활용을 목표로 합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EU의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는 오는 22일 관련 기업들과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16일(현지시간)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에서 티에리 브르통(Thierry Breton) EU 내무시장 담당 집행위원이 원자재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AP)
 
정부는 EU 집행위 발표 후 2개 법안이 차별조항이 없다고 했지만 위기 요소는 여전합니다. 미국 외 국가에 대한 차별을 둔 '미 IRA' 만큼은 아니지만 규제 강화로 인한 변수는 상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터리 업계의 우려가 가장 큽니다. 초안에는 500명 이상, 연간 매출 1억5000만유로(한화 약 2100억원) 이상인 EU 내 대기업에 대해 공급망 감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SK온과 삼성SDI는 헝가리에 각각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배터리업계 주력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의 중국 의존도는 지난해 90%에 달했습니다. 코발트도 중국 의존도가 72.8%에 이릅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EU의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는 오는 22일 관련 기업들과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배터리 공장. (사진=폴란드 브로츠와프시 홈페이지)
 
자동차 업계 또한 이번 초안으로 인한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전기차 모터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영구자석 재활용 비율과 재활용 가능 역량에 관한 정보 공개 요건을 초안에 별도 조항으로 포함했기 때문입니다. 영구자석은 네오디뮴 등 희토류로 제조하는 전기차 모터의 필수 부품 중 하나입니다.
 
법안이 시행되면 영구자석 비율은 물론, 영구자석을 분리 재활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세부 정보도 공개해야 합니다. 결국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이번 법안에 대한 핵심 대응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U 집행위 고위 당국자는 "2030년 이후가 되면 수명이 다한 전기차, 풍력터빈 등의 재활용 역량 확대가 중요해지므로 지금부터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재활용 비중 확대를 위해 향후 더 많은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무역 구조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규제가 더 집중적으로 들어가는 국면"이라며 "주요 품목에 대한 우리나라의 탄소 저감 노력이 늦어진다면 규제, 비관세 장벽 등으로 인해 수출이 더욱 제약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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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