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 17일
LG유플러스(032640)를 시작으로 국내 통신3사의 주주총회가 본격 막을 열었습니다. LG유플러스는 주주들과 사업방향에 대한 질문의 시간을 갖는 등 소통의 시간을 마련했는데, 사내·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등 안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순조롭게 정기 주총을 마무리했습니다. 의장이 폐회를 선언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5분입니다.
28일 주총이 예정된
SK텔레콤(017670)도 큰 이슈 없이 지나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번 주총에서 SK텔레콤은 오혜연 사외이사 신규선임하는 안건과 김준모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립니다. 오혜연 후보자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와 카이스트 MARS AI 통합연구센터 소장,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의 머신러닝 기능을 활용, 조선왕조실록을 현대 표준어로 번역하는 프로젝트를 맡은 바 있습니다. 김준모 부교수는 지난 3년간 SK텔레콤의 AI·빅데이터 사업에 도움을 줬습니다. 모두 AI 전문가로 정평이 난 인물입니다. AI컴퍼니로의 도약에 나서고 있는 SK텔레콤의 사업방향과도 일치하는 만큼 원안대로 의결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지난해 연말 2023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 짓고 사업목표 달성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주주총회를 이미 끝낸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도 큰 이슈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회사가 원하는 방향성대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통신3사 사옥,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진=각사)
KT(030200)는 변수에 휩싸인 상황입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구현모 KT 대표 자리를 이을 차기대표 선임입니다. KT 이사회는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인 윤경림 사장을 차기 대표 최종 후보자로 낙점하고, 오는 31일 정기 주총에 선임 안건을 올린 상태입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모두 윤 내정자 선임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습니다. 지난 17일 한국ESG평가원도 주총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윤경림 후보는 내부출신으로서 그동안의 경력을 확인한 결과, 뛰어난 전문성을 갖췄다고 판단됨"고 명시했습니다. 선출과정에 대해서도 "KT는 후보군 선정 부터 최종 후보 선정 까지의 전체과정을 명확히 공개함으로써 후보선출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했다고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전문성이나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들도 KT 소액주주 네이버 카페 커뮤니티 KT 주주모임을 통해 결집하고 있습니다.
KT 차기대표로 내정된 윤경림 사장. (사진=KT)
다만 여권은 KT 내부 출신을 중심으로 차기 대표 경선이 진행된 것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상황입니다. 일부 시민단체는 윤경림 후보자가 구현모 대표와 함께 일감몰아주기 등의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주주명부폐쇄일 기준 10.12%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갖는 국민연금이 반대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KT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48%)도 국민연금이 상당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주주를 포함해 표대결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되려면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합니다.
차기대표 선임 외에 사내·외이사 선임도 안갯속입니다. KT는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의 사외이사의 임기를 1년 연장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투표합니다. 사내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린 송경민 KT SAT 대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의 선임 안건도 다룹니다. 사외이사에 대해 글래스루이스는 찬성한다는 입장인 반면, ISS는 이사회가 거버넌스와 감독에 실패했다며 반대의견을 낸 상황입니다. 사내·외이사 선임도 표대결이 가능한 상황인데, 부결될 경우 이사진의 전면 재구성해야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아직 2023년도 임원인사를 비롯해 조직개편도 단행을 못한 KT가 대표선임, 이사외 구성 등이 계속해서 지연된다면 사업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