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연초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회복되는 흐름을 보였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이달 들어 추격 매수가 뜸해지며 소강상태에 진입하는 분위기입니다.
인기 지역에서 고점 대비 낙폭이 큰 급매물이 소화되며 일반 가격대 매물이 나오자, 매수자들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죠.
업계는 시장에서 투자수요를 끌어들일만한 동력이 부족해 추격 매수가 중단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연이은 연착륙 부동산 정책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여전하고 경제 불안도 더해지는 실정이어서, 주택 시장의 획기적 반전 자체가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3월 20일 기준)는 총 2301건으로 집계되며 지난 2021년 10월 2198건 이후 1년 4개월 만에 월 2000건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10월 559건으로 연간 최저점을 찍은 거래건수는 이후 11월 730건, 12월 835건, 올해 1월 1417건 등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 왔습니다.
거래건수는 지난달 모처럼 최정점을 기록했지만 이달 450건으로 급감한 모습입니다. 거래 신고 기간이 다음 달 말까지이기는 하지만, 수치 추이로 볼 때 거래량이 지난달에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거래가 뜸해지면서 시장에서의 매물은 오히려 증가 추세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총 5만8073건으로 지난달 20일 5만4195건보다 한 달 새 4000건 가깝게 증가했습니다. 서울의 매물 증감률은 7.1%로 17개 시·도 중 가장 높습니다.
이처럼 거래 시장의 회복 흐름이 중단된 것은 아직 투자수요의 유입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거주 기반의 장세다 보니 주로 저가 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형성되고, 일반적인 가격대 매물은 여전히 매도·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죠.
정부가 전방위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를 지속하고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도 이뤄지고 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한 점도 수요 진입을 차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CVB)의 파산 여파로 미국 금융 리스크가 다시금 도래할 수 있다는 부정적 대외 전망이 국내 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아울러 국내에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점도 전면적 매수 심리 반전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의 소강상태는 시중에 출시된 저가 매물이 소진된데 따른 것이다. 이자 부담이 여전히 높아 투자수요가 활발하게 형성될 여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을 견인할 만한 이렇다 할 동력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침체된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어있는 매물 정보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