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장윤서 기자] 위험 수위를 넘어선 대한민국의 갈등 공화국 중심엔 정치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민 통합이 최우선 과제인 윤석열 대통령은 편 가르기 정치를 주도하고 있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사실상 대통령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로 전락했습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정부여당과 타협 없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정치의 실종이 갈등 공화국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야당 대표 만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편가르기 정치 주도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은 과반 의석(169석)을 무기로 본회의 직회부를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여당은 일찌감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앞세워 맞섰습니다. 여야가 '권한 대 권한'으로 맞서며 타협의 여지를 없애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앞으로 야당 강행 처리 이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본격화할 공산이 커졌습니다.
여야 대립과 장외 공방이 극단화되고 있지만, 이를 중재할 정치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여야 대립에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윤 대통령이 꼽힙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취임한 윤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야당 지도부 인사들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안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전임 정부 탓'으로 일관하며 야당을 자극했습니다. 야당이 국가 운영 과정에서 경쟁 속 협력을 해야 하는 존재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온 겁니다.
최근엔 노조(노동조합) 부패를 집중 부각하는 동시에 젊은 층과 갈라치기 하며 '반노조 정서'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 20~30대 남성들을 겨냥한 표심잡기 행보에 나선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10일 기자회견에서 당선의 의미를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언급한 것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당 '대통령 거수기' 역할…민주당은 입법독주
문제는 여야에도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각자의 '답'을 정해둔 채 타협 가능성을 사전 배제하는 행태는 진영 대립을 더욱 격화시켰습니다. 국민의힘의 경우,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윤 대통령의 입장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비판 여론이 거센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과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감싸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김 대표 선출 이후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목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조건 없이 협력하는 거수기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민주당은 최근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해법, 한일 정상회담, 주69시간제 논란과 관련해 해당 상임위에서 강하게 여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6년 만의 장외투쟁으로 대정부 공세에도 나섰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외에도 다른 쟁점 법안인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 노란봉투법 등의 강행 처리도 벼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당의 정책 기조가 결정되면 국민의힘과의 타협 없이 법안을 밀어붙여 최종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미루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유능한 정책적 대안을 보여주기보다 집권세력의 실책에 편승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야 대립도 지난 대선 연장전으로 읽힙니다. 지난해 대선에서 맞붙었던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 뒤에도 직간접적 충돌을 반복하며 정치 실종으로 이어진 정국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좀 더 나서서 국회 안에서 '타협의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날 본지와 한 통화에서 "앞으로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고, 여러 문제에 대해서 야당에 협력을 구해야 하는데 현재 윤 대통령의 행보는 해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지, 어떤 정파의 대표가 아니다. 국정운영의 책임도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라며 "권력이 더 많아서 국정운영의 폭도 넓기 때문에 협치의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주용·장윤서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