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우리가 쓴 원자력발전, 폐기물도 우리 세대에서 해결해야죠."
지난달 30일 경주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있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찾았습니다. 방폐장은 동굴 안에 있었는데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1~2분가량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이 처분장은 동굴, 표층, 매립형까지 3단계로 구성됩니다. 부지 규모는 약 206만㎡에 달합니다. 동굴처분시설은 2014년 완공돼 2015년부터 운영 중이며, 표층처분시설은 현재 건설 중입니다. 매립형처분시설은 기본설계 단계입니다.
이날 처음으로 방문한 동굴처분시설은 200리터(L) 기준 10만드럼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중·저준위 방폐물을 보관합니다. 일반 대지 위에도 방폐장을 지을 수 있지만 동굴 안에 지은 것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방폐물은 드럼에 넣어서 '사일로(SILO)'라는 거대 설비에 차곡차곡 쌓습니다. 사일로는 깊어서 육안으로 관찰하기는 위험했습니다. 대신 카메라로 찍힌 영상을 통해 내부를 살펴봤는데 드럼이 열을 맞춰 쌓인 모습이었습니다.
경주 경주시 소재 방사성폐기물처분장 1단계 동굴처분장 모습. (사진=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 방폐장은 2015년부터 운영 중으로 지난 2월 기준 2만7098드럼이 채워져 있는 상태입니다. 수용량의 4분의 1이 벌써 채워진 겁니다.
흔히 방폐장은 방사선이 뿜어져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날 방사선측정기인 자동선량계를 들고 내부로 들어갔는데 방사선량은 0.00밀리시버트(mSv)를 유지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자연방사선량인 3.075mSv과 비교해도 적은 수준입니다.
동굴을 나와 버스를 타고 이동해 현재 건설 중인 표층처분시설 부지도 살펴봤습니다. 이 시설은 저준위 이하 방폐물을 처분하는 곳으로 12만5000드럼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2024년 완공이 목표인데, 향후 추가 공사를 통해 처분장을 키워 25만드럼 이상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곳에는 폐기물 중 방사능 농도가 가장 낮은 저준위를 처분합니다.
원자력환경공단은 땅 위에 가로·세로 각 20m, 높이 10m 크기의 처분고 20개를 설치해 처분용기를 쌓을 계획입니다. 처분고가 가득 차면 폐쇄한 뒤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입니다. 내진 설계를 통해 7.0 규모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안전하게 설계했다는 설명입니다.
방폐물을 담는 드럼. (사진=원자력환경공단 유튜브)
다만 경주 방폐장에는 중·저준위 방폐물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는 공간은 전국을 통틀어 아직 없는 실정입니다. 방폐물은 방사능 농도, 열방생률에 따라 고중위,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방사성폐기물로 나눕니다. 중준위는 폐기자재, 저준위는 작업복, 장갑 등을 말합니다.
고준위 폐기물의 경우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저장하고 있습니다. 2030년께부터 차례대로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라 방폐장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방폐장을 짓기 위한 특별법인 국회에 올라있지만 원전 정책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의견으로 비춰질 수 있어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상황입니다.
방폐장은 흔히 위험 시설로 인식되기 때문에 주민 수용성이 낮은 것도 특별법 제정의 걸림돌입니다.
이날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원전 사용으로 혜택을 누린 현 세대가 그 빚도 갚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특별법이 빠르게 제정돼 방폐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꼭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주=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