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가 세액공제 요건 충족에 유리한 방향으로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가이던스가 발표됐습니다. 정부는 우리 업계의 의견이 대체로 반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현지 시각으로 3월 31일 오전 8시45분 'IRA 전기차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Notice Of Proposed Rule-Making)'를 발표했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가이던스는 지난 12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IRA 전기차 세액공제 백서(white paper)'를 구체화한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우리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던 기존 백서와 유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가이던스는 우선 배터리 부품 북미 제조·조립 비율, 핵심 광물 미국·FTA 체결국 추출·가공 비율을 산정하는 데 있어 개별 부품·광물이 아니라 전체 부품·광물의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핵심 광물의 경우 추출(Extraction) 또는 가공(Processing) 중 한 과정에서만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미국이나 FTA 체결국에서 창출하면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예를 들어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추출한 광물이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FTA 체결국 생산으로 간주합니다.
또 양극 활물질 등 구성 소재(constituent materials)는 배터리 부품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배터리 부품에는 4대 부품(음극판, 양극판, 분리막, 전해질), 셀, 모듈 등이 포함되면서 북미에서 배터리 셀 공장을 운영 중인 우리 배터리 기업의 부품 요건 충족이 쉬워졌습니다.
양극 활물질 등 구성 소재가 배터리 부품에 포함되지 않은 대신 구성 소재를 제조하는 과정이 핵심 광물 가공 과정으로 인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FTA 체결국에서 가공된 양극 활물질 등 구성 소재의 부가가치도 광물 요건 비중 판단 시 산입돼 우리 기업들의 광물 요건과 관련된 이행 부담이 한결 완화됐습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현지 시각으로 3월31일 오전 8시45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Notice Of Proposed Rule-Making)'를 발표했습니다. 사진은 전기차용 배터리팩 모습. (사진=뉴시스)
아울러 FTA 체결국 범위는 앞으로도 국가별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 다른 국가들이 추가로 포함될 수 있도록 FTA 범위 확대의 여지를 뒀습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최근 대통령께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접견한 자리에서 IRA 등과 관련해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우호적인 방향으로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간 산업부 등 관계 부처도 각급에서 공식의견서 제출, 방미 협의 등을 통해 우리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우리 업계가 IRA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는 전반적으로 이번 미국의 발표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한미 간 배터리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배터리 업계는 당분간 IRA 세액공제 요건 충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소재 기업들은 국내에서 양극 활물질 등을 가공해도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게 돼 다양한 투자 옵션을 기업별 상황에 맞게 검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부는 이달 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무역협회 등 유관 기관과 함께 IRA 등 통상 법안 관련 기업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이번 가이던스는 오는 18일부터 적용되며 적용 시점부터 6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필요시 의견 수렴 기간을 활용해 우리 기업의 요구사항을 미국 측과 추가로 협의할 방침입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현지 시각으로 3월31일 오전 8시45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Notice Of Proposed Rule-Making)'를 발표했습니다. 사진은 'IRA 대응 민관합동간담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