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재명, 제주 4·3행…윤 대통령은 '불참'

윤 대통령, 후보 시절 "4·3 과감히 검토" 약속 무색
야권 강력 비판 "내년엔 총선 표 의식해 얼굴 비출 것"

입력 : 2023-04-03 오후 4:15:51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시 명림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일 이승만 정부 시절 발생한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인 '4·3사건' 75주기를 맞아 제주도를 찾았습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불참했습니다. 최근 대구·경북(TK) 방문 등 '보수 결집'에 전력을 쏟는 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제주 4·3사건을 홀대한 셈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은 부도가 났다"고 맹공을 날렸습니다.
 
보수결집 사활 건 윤 대통령 '제주 4·3' 의도적 배제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4·3 평화공원을 방문해 개별적으로 참배하고 희생자 유가족 10명 내외와 식사를 나누며 뜻을 기렸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전히 4·3을 모독하는 행위가 있어 개탄스럽고 가슴이 아프다"며 "4·3의 완전한 치유야말로 진정한 화해와 통합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제주 4·3 기념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연 뒤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이정미 대표 등 정의당 지도부들도 자리했습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준비, 일정상 이유 등을 사유로 들며 정권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추념식에 불참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추념사를 대독하며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했습니다.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맞이를 이유로 제주에 오지 않았고, 김병민 최고위원·박대출 정책위의장·이철규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을 앞두고 시구를 연습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윤 대통령이 불참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고,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개막전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개막전 시구까지 했으면서 제주는 찾지 않으며 스스로 4·3사건 격하 논란을 자초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제주 유세에서 "4·3은 대한민국이 인권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격과 헌법정신을 위해서도 과감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유가족과 도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윤석열정부는 정말 다르구나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와 이정미(오른쪽) 정의당 대표가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4·3 제75주년 추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 내부서도 윤 대통령·김기현 불참 '비판'
 
야권은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는 "정권의 퇴행적 모습 때문에 4·3을 부정하는 극우세력들까지 활개를 친다"고 비판했고 박 원내대표도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첫 추념식인 오늘, 정작 대통령은 물론 여당의 대표, 주요 지도부 모두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내년엔 총선을 목전에 두고 표를 의식해서 얼굴을 비출 것"이라며 "이것이 제주 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3월, 4월이 해외순방 일정으로 바빠서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지난 주말 지지층 결집을 위한 영남 행보는 이어갔다"고 비판했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전날 "야구장 방문할 시간은 있어도 4·3 추념식 참석할 시간은 없느냐"며 "어제 대구는 괜찮고 내일 제주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과 김 대표 불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 김 대표 불참에 대해 "안타깝다"며 "희생된 분들에 대한 추념에는 좌우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굉장히 아쉬운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을 했고, 같은 행사에 매년 가는게 적절한지에 대해 늘 행사를 기획하면서 고민이 있다"며 "올해는 한 총리가 가시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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