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소자급 반도체 부품 제조 기업
알에프세미(096610)가 2022년 감사보고서 ‘적정’ 의견 수령과 함께 떠도는 풍문에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알에프세미는 감사보고서 제출과 함께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 최대주주가 변경될 예정인데요. 시장에선 변경되는 최대주주가 중국의 배터리 양산 기업이라는 풍문이 떠돌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뉴스토마토>의 취재 결과 시장에 떠도는 소문의 상당 부분은 신뢰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알에프세미, 중국 배터리 기업에 인수되나…주가 2배 급등
(그래픽=뉴스토마토)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알에프세미는 최근 총 61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시가총액(388억원)의 154.64%에 달하는 규모죠. 세부적으로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4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며 2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210억원을 조달합니다. 400억원 규모의 CB는 블랙펄홀딩스가 매입하며, 진평전자와 정혜미씨가 각각 200억원,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합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최대주주는 진평전자로 변경될 예정이며, 대표이사 역시 이진효 대표에서 구본진 블랙펄홀딩스 대표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알에프세미가 중국의 대형 배터리 제조사에 인수된다는 소문은 블랙펄홀딩스와 진평전자에서 시작됩니다. 블랙펄홀딩스 홈페이지에는 파트너사로 진평전자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요. 진평전자의 홈페이지에는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005930) 배터리 제공업체로 출발해 전 세계에 24억달러(약 3조1500억원) 이상의 배터리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국내 3개의 법인(상해, 산시, 텐진)을 두고 있고 국내에도 진평코리아 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알에프세미가 중국의 대형 배터리제조사에 인수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대표이사 변경 공시(31일) 전날인 지난달 30일 17.04% 급등한데 이어 31일과 4월3일까지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3거래일 동안 총 97.46% 급등해 전일 933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진평전자, 블랙펄홀딩스 등 알에프세미 신주 발행에 참여한 이들은 막대한 평가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210억원의 유증 발행가액은 4249원, 400억원 규모 CB 전환가액은 5242원인데요. 예정대로 자급납입이 완료되고 향후 신주가 발행될 경우 예상되는 평가차익은 전일 종가 기준 563억원에 달합니다.
진평전자 실체두고 '갑론을박'…매출 '0'원 장부상 회사
진평전자 홈페이지. (사진[=홈페이지 캡처)
알에프세미의 경영권 변동 소식과 함께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알에프세미 경영권을 인수하는 진평전자의 실체가 불분명기 때문이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중국 대형 배터리 기업'이라는 주장과 '실체없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무자본 인수합병(M&A) 등 특정세력이 한계기업인 알에프세미를 이용해 시세조정을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합니다.
진평전자의 경우 과거 리켐이노베이션이라는 법인이 사명을 바꾼 회사입니다. 자본금 2억3000만원에 사원수 1명 매출 ‘0’인 법인으로 사실상 장부상 회사죠. 지난달 10일부터 강남구 오피스건물인 미켈란107 빌딩의 1개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진평전자의 실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이유죠.
진평전자의 홈페이지 도메인 역시 이같은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진평전자의 도메인은 닷컴(.com)을 비롯해 여러 나라(.cn, .kr, .us, .org, .jp 등)의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지만, 국내 도메인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모든 도메인이 지난해
가비아(079940)라는 국내 도메인 업체를 통해 등록됐습니다. 여러 도메인 역시 하나의 홈페이지(닷컴)로 연결되죠.
알에프세미는 지난 2019년부터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기업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황입니다.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죠. 내년까지 영업손실을 이어갈 경우 5년 연속 영업손실 누적에 따른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는데요. 알에프세미는 지난해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작년부터 제품라인업 축소를 비롯해 자사주와 공장 부지 매각 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진평전자 도메인 정보. (사진=후이즈)
지원사격나선 플랙펄홀딩스…400억 납입 가능할까
진평전자와 함께 알에프세미 CB발행에 참여한 블랙펄홀딩스는 지난해 5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신설법인인데요. 지난해 10월 자본잠식 상태인 아름드리운용의 주식 전량을 인수하며 M&A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블랙펄홀딩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크루즈, 바이오, 빅 테이터, 재생에너지, 해외인프라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실제 사업 내용이 확인되는 곳은 아름드리자산운용이 사명을 바꾼 블랙펄에셋운용이 유일합니다. 블랙펄에셋운용은 지난해 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지난해(-13억원)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는데요. 최대주주 변경 이후 3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자본금을 확충해왔던 만큼 4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CB 납입금 조달이 가능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익명의 전업투자자는 “알에프세미가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여러 소문이 돌고 있는데 명확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실체가 불명확한 진평전자는 물론 블랙펄홀딩스 역시 신생 운용사라 자금납입 여부 등을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진평전자의 최대주주는 JINPYENG(진평)이 아닌 JINPING TECHNOLOGY(진핑전자)로 확인되는데 진평전자의 실체 여부나 세력 개입 등의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알에프세미 경영권 변동 및 진평전자 관련 문의를 위해 알에프세미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질 않았습니다.
블랙펄홀딩스 홈페이지.(사진=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